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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나는 그날의 사건을 순천혈전이라 부른다
문양숙 광주전남혈액원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08-27 오전 08:51:30

오래 전, 혈액원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순천의 어느 여자고등학교로 출장을 갔었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 겨울이었다. 채혈을 하고 있는데 혈액원에서 연락이 왔다.

폭설로 광주 순천 간 고속도로가 통제돼 혈액 수거 차량이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급히 헌혈을 중단했다. 부랴부랴 짐을 싸며 어떻게 귀원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댔다.

당시 선배님들은 창사 이래 폭설로 귀원을 못해 혈액이 폐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열차를 이용해 귀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우리는 바로 순천역으로 향했다.

채혈한 소중한 혈액들을 챙겨들고 눈길을 헤치며 순천역에 가보니 이미 그곳은 광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표는 입석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구하기 힘들었다. 역무원에게 우리에게는 채혈한 혈액이 있고, 오늘 안에 광주로 가야 한다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표를 사려고 줄서있던 시민들이 기꺼이 입석표를 양보해 주시는 게 아닌가.

열차 안에 서서 가는 동안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기차가 멈춰 섰다. 폭설로 선로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떻게 탄 열차인데 이대로 혈액들은 폐기되는 건가?'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버스로 옮겨 타실 분들 나오세요!”

당황스러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혈액박스 2개와 검체박스들을 어깨에 메고 서둘러 열차에서 내렸다. 유니폼 속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밭을 달려 버스에 탔다.

버스가 얼마나 달렸을까? 이번에는 버스 기사님이 안내방송을 한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기차로 옮겨 타세요!” 또 다시 짐들을 이고지고 버스에서 내려 열차로 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제 시간 안에 혈액원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날 채혈한 100여개의 혈액은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 하루가 나에게는 잊혀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내 삶의 일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창립 110주년 기념 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작을 요약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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