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술실간호사 학술대회를 다녀와서
임상연구 통해 발전하는 모습 인상적
[가톨릭대강남성모병원] 최미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11-01 오후 14:56:41

최이정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간호사)
'Vision for the New Millenium - A New Beginning'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2차 세계 수술실간호사 학술대회 참가차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학회 기간동안 여러 연자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중에, 또 많은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각국의 수술현황과 의료 수준, 의료 환경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37개국에서 온 수술실간호사들은 논문발표 및 컨퍼런스를 통해 수술실간호에서의 공통된 문제점을 나눴고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기구, 기계들을 접할 수 있었다. 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수술실간호 발전을 추구하는 목표가 같았기에 문제점과 발전 양상이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특히 선진 국가들의 임상연구발표가 인상 깊었는데, 꾸준한 연구를 통해 변화, 발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그들이 보여준 넘치는 자신감이 나에겐 굉장한 자극이 되었다. 우리나라 수술실간호사의 수준도 그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 한국 간호사의 발표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뉴질랜드의 병원을 견학하는 시간도 가졌다. 분명 병원이었지만, 외관상은 병원이 아니었다. 넓은 정원에 둘러싸여 있는 보통의 건물이었다. 작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병원은 한적한 도로에 위치해 있었고 뉴질랜드 고유의 평온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병원에서 처음 맞닿은 로비부터가 우리나라 병원과 다른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아 지하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서도 그랬겠지만 1층에 선물가게, 식당 등이 위치해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선물가게가 인상적이었는데, 병문안시 식료품 밖에 사오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선물 종류와 환자를 위한 패키지 상품들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쪽 벽면에는 뉴질랜드 간호의 역사가 인형으로 전시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응급실 내에는 보호자 대기실, 휴게실 등이 넓고 훌륭하게 갖춰져 있었다. 편안한 쿠션 의자와 넓은 좌석, 아늑한 실내 인테리어 등등. 무엇보다도 응급실이 조용한 것(응급환자가 와도 소란스럽지 않았다)은 환자를 상태에 따하 확실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았다.
잠깐 뉴질랜드 의료제도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GP'(General Practitioner)라 부르는 개인 홈닥터가 있어서 가족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으며 이들은 월∼금요일까지 진료하고 주말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병원 응급실은 GP가 쉬는 토·일·월요일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응급실 바로 옆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민 성당이 있었다. 많은 병원에서 신자들의 종교생활을 깊이 배려하고 있었다.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신자들을 위해 모든 예배 도구들을 갖춰놓고 있었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의 업무는 많고 힘들어 간호사들이 풀가동되는 상태였고 수술실의 경우는 간호사가 없어서 방을 못 여는 병원도 있었다. 그러나 간호사가 아니고는 스크럽을 할 수 없었고 수술실은 감염예방을 위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특히나 나이든 할머니간호사(?)들도 눈에 띄어서 나이를 불문하고 활동할 수 있는 사회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간호사들의 성비는 물론 여자가 우세했지만, 우리의 현실에 비하면 남자 간호사가 월등히 많았고, 캔터베리 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남자 간호사였다.
중환자실은 전문병원이 아닌 이상 환자들의 병명에 따라 유니트가 분류돼있지는 않았다. 환자당 간호사 1명이 배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병상당 차지하는 각 공간은 굉장히 넓었고 쾌적했다. 그 외 Hydrotherapy실, 입원아동을 위한 공부방 등 여러 시설들이 있었다.
학회 일정중엔 각국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Fellowship Night'도 펼쳐졌다. 각 나라의 고유의상을 입고 나와 친목을 더하는 파티였다. 우린 모두 한복을 준비해 갔고, 한복이야말로 단연 으뜸이었기에 우리가 입장했을 땐 환호와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마지막 밤은 서두를 것이 없는 나라 '피지'에서 보냈다. 정말이지 피지는 그동안의 스트레스, 고민 모두를 잊게 해준 나라였다. 눈만 마주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친절한 원주민. 지금도 가끔씩 그곳 원주민의 인사말이 생각난다. "VU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