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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 가정보건진료소] 박 도 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12-06 오전 10:27:05

목욕봉사사업을 하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금방 한 달 가고, 또 한 달이 가는 가운데 어제는 첫눈까지 내렸습니다. 춥고 배고픈 이들에겐 더없이 고통스러운 계절,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습니다.

목욕봉사를 실시하기 며칠 전부터 저는 계획서를 만들어 준비하고 보건소와 면사무소 등 유관기관장님들과 가정보건진료소 운영협의회원, 마을건강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을 띄웁니다.

그걸로 끝은 아니죠. 사업 당일에는 어르신들을 인솔해 읍내 목욕탕 안으로 모시고 가서 안전하게 목욕시켜 드린 후 다시 댁으로 모시기까지 하루종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목욕탕 안에서는 할머니들의 등을 밀어드립니다. 처음에는 알몸인 것이 부끄럽지만 이내 어린아이같은 모습으로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게 됩니다. 엊그제 서운했던 일은 한바가지 물로 씻어내 버리고, 걱정하시던 자녀 문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젖가슴을 만지는 장난에 이르게 되지요.

열심으로 땀을 흘리고 나면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할머니가 발그레한 웃음을 띠시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그저 한 장의 보고서로 표현될 때의 그 아쉬움이란….

가정보건진료소의 목욕사업은 가당리 5개 부락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펼쳐지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매달 마지막 월요일에 실시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호평을 받으며 노인분들에게 더없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어제 오신 아흔살 할머니 두 분은 목욕탕에 난생 처음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수도꼭지를 어떻게 트는지도 모르셨고 더운물·찬물 조절하는 법도 몰라 샤워하다 화상을 입을 뻔도 했습니다. 탕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웃지 못할 풍경이 많이 빚어집니다.

손만 대면 국수가닥같은 검은 때가 벅벅 일어나는 분, 앙상하게 뼈만 남아서 제대로 문지를 수도 없는 분. 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분들 인생의 가슴아픈 부분을 느끼고 어루만져 드립니다.

봉사활동 모습을 본 어떤 분은 좋은 일에 보태라며 후원금을 주셨고, 빵과 우유 등 간식거리도 제공해주셨습니다. 우유로 갈증을 풀고 돌아오는 관광버스 안에서는 훈훈한 행복감이 가득가득 넘칩니다.

관심고 사랑으로 지켜봐주시는 보건소와 면사무소 관계자들과 주민들께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차가운 아침, 따뜻한 이야기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