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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규림병원 간호사] 김정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9-18 오전 09:34:18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었다.
실습 때나 잠깐 접했던 경험이 전부인 상태에서 두렵기도 했다.

환자들과의 첫 대면.
불안해 보이는 사람, 위축되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사람, 처음 본 물건에 매우 많은 흥미를 느끼며 순진한 아이처럼 쳐다보는 사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정말 어렵고 난감하기만 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많이 먹으라고 건넨 한마디에 고함을 치며 이상한 행동을 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없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정신과 병동에서의 생활들…

이제는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면서
얼굴 표정만 보아도 기분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보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나간 시간의 징검다리들을 하나둘씩 되돌아가 보면, 그들과 함께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낀 것 같다.
환자에 대한 가족들의 사랑은 그 사람을 희망가운데 살아가게 할 수도 있지만 가족의 무관심은 돌봄을 받지 못하여 시들어 버리는 화분의 화초와 같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리듯이 절망적으로 살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마도 그들은 모르고 있으리라.
환자들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람이 그 어떤 약보다도 더 좋은 치료제라는 것, 이들 모두가 가슴으로는 진심 어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특히 자신의 가족에게 소외되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얼마나 위축되게 만드는지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들 한다.
특히 생명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나는 소망합니다.
언젠가는 여기 한사람 한사람이 귀중한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기를.

이렇게 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그들에 대한 진정 어린 사랑과 관심이 아닐는지…

나는 또 희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것들…
정상인이 되어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자신의 직장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우리 모두가 평범하게 누리며 소유한 것을 그들도 갖게 되기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누리고 있는 정상적인 생활과 자유들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들인지를…
그들이 소망하는 우리의 삶이 더 이상 인생의 항로에서 대수롭지 않거나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러분에게도 반드시 희망이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