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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보건대학 간호과 3년] 김소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7-25 오전 09:06:09

7월 5일. 태풍 `라마순' 때문인지 아니면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벅찬 마음으로 기다렸던 피정은 장대비와 더불어 함께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어색함 때문에 1박 2일을 어떻게 지내야할지 걱정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이름표를 받는 순간 여러 곳에서 온 간호대학생들도 저와 같은 심정일 거란 생각이 들었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이뤄지는 귀한 만남이기에 강한 유대감도 갖게 됐습니다. 피정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선뜻 마음을 열어주었고, 제 마음을 여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서로 첫 대면을 하면서 `1박 2일이 너무 짧겠구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과연 하느님은 크신 분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좋은 추억, 좋은 만남을 가지며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받고자 저 멀리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곳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가톨릭 간호대학생이 모여들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독실한 신앙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례 후 처음 피정을 접하며 하느님께 다가가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오랜 기간 하느님을 멀리하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자녀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서로 간단한 소개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최빠코미오 수사신부님으로부터 `생활 안에서의 복음화' 주제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강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 즉 성소(聖召)란 자기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있어 간호사라는 진로도 세례 이후 하느님께서 인도하신 성소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부님께선 갈등과 어려움 앞에서 자신은 병자이며, 죄인이라는 것을 자기 스스로 먼저 인정하고, 주님의 손에 온전히 맡겨 문제가 해결되길 기도한다면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결국 갈등과 어려움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특강을 듣고 이 모든 일을 행할 방법은 바로 기도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도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성호경 긋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도를 통한 구원의 효과는 확실하다고 믿게 됐습니다. 앞으로 간호사가 되면 기도하는 심정으로 환자를 돌보고 헌신, 희생, 봉사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구원에 일조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틀동안 신앙을 돈독히 하고 우정과 사랑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짧지만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정 내내 비가 와 세상이 깨끗해졌듯이 은총의 비로 인해 우리 마음도 깨끗해지고 맑아졌습니다. 과연 이번 피정에 비가 함께한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나 봅니다.

　이번 피정을 마치면서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으로 삼고자 가톨릭 간호대학생 연합피정 제1기 학생들을 주축으로 모임(cafe.daum.net/catholicnurses)도 마련했습니다. 피정에서 못다한 우정과 사랑을 이곳에서 나누며 가톨릭 간호인으로서의 꿈을 키워가려 합니다.

　저희 간호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가톨릭간호사협회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부끄럽지 않은 간호사로 거듭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