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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대 간호과] 강윤남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12-06 오전 10:57:12

강윤남 <원주대 간호과 2학년>

우리는 새벽녘 잠이 덜 깬 채로 예비 간호사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사회간호학 실습지인 강원도 황둔 보건진료소를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병원에서 보여지는 다소 엄격한 간호사의 모습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마음 한켠에 조심스레 숨겨놓은 채 CF에서만 접한 마을 황둔을 향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역사회에서 보건진료소가 하는 역할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너무도 짧은 상태에서 말이다.

황둔은 생각했던 그대로 무척 한적하고, 깨끗하고, 풋풋한... 뭐랄까?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느낌이 아주 좋은 그런 곳이었다.

첫날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는 삼거리와 소야 주민들의 가정방문이었다. 집집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넓은 들에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하루였다.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처치를 해주거나 약을 드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혈당과 혈압을 체크하고 건강력을 조사하면서 그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가까운 원주만 해도 모두들 여기저기 치인 삶의 노고가 그대로 드러난 얼굴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곳 황둔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가 넘쳐났다.

다만, 농촌지역이다보니 반나절 이상을 육체적인 노동에 시달리면서 생긴 관절염, 근육통, 손발저림 등을 호소하며 잠시 그늘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마다 우린 보건진료소에서 백승리 소장님께 배운 아로마요법 등을 활용해 잠시나마 피로를 풀어드리려고 애썼다.

어른들이 "이게 뭐하는 겨?"라고 물으시면 이구동성으로 "순 식물성 향을 이용한 대체요법으로요, 통증이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 거예요" 라며 안심시켜 드렸다. 그리고는 무릎, 허리 등 아프다고 하시는 곳곳마다 정성껏 마사지해드렸다. 우리의 건강한 기를 손끝에 모두 모아서 말이다.

가정방문 5일만에 삼거리와 소야 지역 주민들의 건강력이 우리 손위에 놓여졌다. 이 자료들이 황둔보건진료소를 찾는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니 어찌나 뿌듯하고 흐뭇하던지…. 마치 내가 황둔보건진료소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리 쉽게 얻은 성과는 아니었다. 맘씨 좋은 황둔 분들이었지만 때로는 외지 학생들이 못미더우셨던지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노란 솜사탕을 휘~휘~ 감아 놓은 듯한 은행나무들, 울긋불긋 너무도 자유롭게 색칠해 놓은 그림 같은 산. 거기에 파랗디 파란 하늘에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있는 새하얀 구름. 이곳이 바로 황둔이다.

아참, 인심 좋고 후덕한 삼거리와 소야 주민들, 그들을 위해 보건진료소 홈페이지(http://home.kwcv.or.kr/health/)까지 개설해 건강지킴이의 역할을 담당하시기에 여념이 없는 백소장님의 미소를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하겠다.

그런 황둔에서의 실습이 끝난 후 덜커덩거리던 버스와 보건진료소 옆 무서운 개들의 짖어댐마저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