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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수도병원] 임경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6-21 오후 13:16:31

지난 겨울 끝자락에 나는 4년간의 사관생도 생활을 마치고 국군수도병원에서 간호장교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금은 신경외과·내과·중환자실에서의 오리엔테이션 후에 배치받은 신경외과 병동에서 군장병들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사이 병원 앞에는 개나리가 피었다 지고 나무들이 무성하게 잎을 자랑하는 등 봄을 지나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또한 힘겹게 붙들고 있던 생의 끝자락을 놓아버린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돌이켜보면 하루하루 육체·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위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Vegetable State, 문자 그대로 식물인간상태인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과연 내가 하는 말과 행위들이 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식물인간상태에서 7년만에 깨어나 "식사할 시간이에요" 라며 영양식을 넣어주던 간호사의 손길을 흐릿하게나마 기억한다고 한 환자의 고백은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창문을 통해서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환자들을 대할 때면 간호장교로서 내가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마다 간호장교는 간호학 지식은 물론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입학한지 얼마되지 않아 국군수도병원에 계신 선배를 찾아뵌 적이 있었다.

얼굴과 양팔에 심한 화상을 입은 장병을 간호하고 있던 선배는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형태를 알 수 없을 만큼 반흔이 진 장병의 양팔을 덥썩 잡고는 인사를 하게 했다. 당시 나는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웠으며 '과연 나중에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심 장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배와 같은 간호장교가 된 지금의 난 환자들의 변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질 정도로 변했다.

아파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가? 주사제 앰플을 따다가 손가락을 살짝 베기만 해도 간호사들은 얼마나 아파하는가. 나는 진정 환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간호장교가 되고 싶다. 또한 밝은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간호장교로 기억되길 바란다. 웃음은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아닐까?

낮번, 초번, 밤번의 교대 근무로 인해 비록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장병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마음만은 항상 풍성하다. 남동생 또래부터 아버지 연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때때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마음은 어느새 집을 향해 가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편히 잠든 한밤중에도 군병원에서 장병들을 돌보는 간호장교의 눈빛은 꺼질줄 모른다. 오늘밤도 어김없이 전국 군병원에서 꺼지지 않는 눈빛으로 장병들을 돌보고 있을 국군간호사관학교 31기 나의 동기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