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0-11-30 오전 09:39:34

"관 속에 누워있으니 나와 신만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함께 신의 사랑을 나누라는 메시지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오혜선 간호사(인천사랑병원)는 '죽음과 관 속 체험'을 마친 후 수의를 벗으며 이렇게 말했다.

'죽음과 관 속 체험'은 가톨릭대 간호대학 호스피스교육연구소(소장·노유자)가 실시하는 호스피스전문교육과정 중 하나. 간호사들이 유서를 쓰고 직접 관 속에 들어가는 체험을 함으로써 죽음을 앞둔 환자의 입장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한층 질 높은 간호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지난 23일 이 체험에 참여한 제5기 호스피스전문교육과정의 간호사 50여명은 "체험 후 환자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어떻게 간호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호사들은 입관 체험에 앞서 인생에서의 사계절을 지나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담긴 슬라이드를 보며 삶과 죽음에 관한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 죽음에 임한 사람의 심정으로 유서를 써 내려갔다.

유서 작성 후 간호사들은 촛불과 국화, 십자가로 장식된 어두운 체험실로 향했다. 장송곡이 흐르는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눕자 보조원들은 관 뚜껑을 닫고 관포를 덮어 망치질을 했다.

"관속에 누워있는 시간이 어쩜 그리 길게만 느껴지던지… 무섭고 슬픈 마음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 간호사는 관 속에서 자신이 나약하고 피동적인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서러움이 복받쳤다며 눈물을 비쳤다.

또다른 간호사들은 '관 속이 편안했다'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신과 내가 밀접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망을 갖고 살고 싶어졌다'며 체험담을 털어 놓았다.

서상순 간호사(보라매병원 중환자실)는 "관 뚜껑이 열리고 빛을 보았을 때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다"면서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간호하는 값진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노유자 소장은 "입관 체험을 통해 간호사들은 죽어가는 환자의 심리과정에 동참하게 되고 심정적으로 그들과 더 가까이서 간호할 수 있게 된다"면서 "간호사가 먼저 죽음을 이해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환자도 임종 순간까지 희망을 갖고 투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6기 호스피스전문교육과정을 내년 3월 개강할 예정이다. 문의 02)590-1157, 1295.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