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5-02 오전 11:07:34

　싱그러운 오월, 가슴 벅찰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다. 아직 연초록빛을 머금은 새순들은 희망에 부풀어 무성한 여름을 준비하고, 찬란한 태양은 대자연의 조화를 위해 축제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산뜻하고 청명한 기운이 간호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길 소망하면서 잠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본다.

　봄과 여름엔 들로 산으로 다니며 자연과 함께 놀았다. 움튼 버들강아지와 진달래 몽우리를 꺾어다가 병에다 꽂아 두고 자주 물갈이를 하면서 몽우리 터지기를 기대했었다.

　달래, 냉이, 씀바귀, 원추리나물을 뜯어다 어머니께 갖다 드리면 흐뭇해하시며 된장국과 나물 무침을 맛있게 해주셨다.

　보들보들 솜털 달린 할미꽃을 비롯해 각종 야생화를 꺾어다가 부모님께 자랑했었다.
　부모님이 따다 주신 산딸기, 오디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아 있다.
　이제 많은 세월을 뒤로 한 이즈음에 어릴 적에 뿌리 내린 봄, 여름의 정서가 한층 상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리에 와 있기 때문일까.

　"내가 지금 느끼는 것만큼 나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까?" "먼 훗날에 요즘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가질까?" 등을 생각하며 어린아이 마음, 부모의 마음, 스승의 마음을 한 번씩 더 가슴에 새겨 보고 싶어진다.

　이 세 가지 마음은 진정한 간호를 위해서도 필수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의 열린 감각으로 기대하고 탐구하고, 부모의 내리사랑으로 품어주고, 스승의 지혜로 가르쳐 주고.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다. 부모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외롭고 처절한 독백으로 해석된다. 가끔씩 간호현장에서 힘들고 지칠 때는 이 말이 생각난다.

　이럴 때는 내가 치사랑을 기대한 것 같아 얼른 접고 내리사랑으로 품어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쪽에 허전함이 남는 것은 세대를 넘어 공존하는 상호교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푸른 계절은 말한다. 지치지 말고 항상 푸른 마음으로 젊게 살라고.

김 정 숙(서울아산병원 유닛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