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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그리운 사람, 나이팅게일
최남희(서울여자간호대학 교수)
[서울여자간호대학교수] 최남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5-13 오후 12:52:59

 오월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 아름다움은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통해서 더욱 빛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사람살이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사람살이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 나이팅게일을 생각한다.

 1820년 5월 12일 나이팅게일이 탄생한 때는 커다란 혁명이 한창 진행되어 많은 제도가 바뀌던 시절이었다. 영국은 1843년 산업혁명을 완성해 생산력의 국제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려는 산업혁명의 궁극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공장제 공업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을 촉발시키게 되었으며 노동자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져서 삶의 조건이 더욱 처참해졌다.

 나이팅게일은 공장노동의 출현으로 인한 소외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기본 생활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생을 살았다. 그녀가 꿈꾸었던 간호는 포괄적 사회개혁운동의 선두주자였던 것이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건강은 비위생적인 생활조건과 가난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숨이 차는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질병은 무수한 사회 문제의 응집체였으며 제도적 모순 속에서 더욱 고통을 가중시켰다.

 1844년 겨우 20세를 넘긴 때부터 나이팅게일은 의료시설 개혁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병원의 제도를 개혁하고 의료제도를 바꾸는 것이 사람들의 중요한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렬하게 믿었던 나이팅게일은 의료개혁을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진행했고 공부했다. 사회, 정치, 문화의 다방면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1856년 빅토리아 영국여왕에게 병원개혁안을 건의하고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생활조건의 개선이 건강과 직접 관련된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먼저 깨달은 그녀는 오수 처리와 생활환경의 실태 조사, 아동 사망률과 노동시간의 관계 등에 관한 생정통계, 사회통계를 처음 실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철저하게 금지되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하에서 여성사회활동의 전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는 의료환경 개선과 건강 활동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사람을 간호사로 간주했다. 그녀가 펴낸 `간호에 관한 노트'와 `병원에 관한 노트'는 간호사의 역할과 병원의 제도 및 환경 개선에 관한 신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기술인으로서의 간호사 뿐 아니라 포괄적 사색인인 동시에 철학자이며, 사회개혁운동의 실천가였다. 따라서 의학적 지식과는 전혀 다른 간호의 지식을 주창하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최초의 간호학교를 설립한 것은 1860년이었다.

 오늘 나이팅게일 탄생일을 맞아 그녀가 했던 일을 단순하게 되돌려 오자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가졌던 혁명적 실천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혁명은 의료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의료제도도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에 어떤 이는 크게 이득을 볼 것이나 더 많은 사람들은 새 의료질서에 편입하지 못한채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들 한다. 바로 이러한 때에 간호는 더욱 인간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하고 사람살이에 크게 영향을 미칠 기술혁명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 나이팅게일이 눈앞의 생활만을 본 것이 아니라 먼 훗날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료제도와 병원제도를 구상하고 실현했듯이 우리는 기술혁명 이후의 의료제도와 간호의 역할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간호교육의 내용과 실천 방향을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수동적으로 기술혁명의 결과에 순응할 것이 아니라 기술혁명의 결과가 가져올 의료 질서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고 정립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신이 곧 오늘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다시 기리고 올바르게 계승하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을 그리워하며 이 시대 정신에 맞는 새로운 나이팅게일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간호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책무를 다시 성찰하고 나이팅게일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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