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국내 첫 존엄사 집행
[편집국] 김보배기자 bbkim@korenurse.or.kr 기사입력 2009-07-01 오전 10:09:11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가 집행됐다. 앞으로 존엄사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존엄사 허용 판결을 받은 식물인간 상태의 김씨(여77)로부터 인공호흡기를 6월 23일 떼어냈다. 이날 오전 8시 45분 존엄사 집행을 위해 김씨를 중환자실에서 1인 일반병실로 옮겼고, 가족과 의료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예배를 했다. 주치의인 박무석 호흡기내과 교수가 기관내관을 제거하고 인공호흡기의 전원을 오전 10시 21분 껐다.
이후 심폐소생술이나 강심제 등의 생명연장행위는 하지 않지만, 수액과 영양 공급은 지속키로 했다. 1년 4개월째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던 김씨는 인공호흡기 제거 후 분당 20회, 산소포화도 96%의 안정적인 자발호흡을 유지했다. 6월 30일 오전 현재 김씨는 여전히 자발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의료진은 “앞으로 2주일이 고비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지금 상태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종양 조직검사 도중 예상치 못한 과다출혈로 뇌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후 가족측은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김씨의 뜻이 아니라며 인공호흡기 제거 소송을 냈고, 올해 5월 21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존엄사' 대신 `말기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용어를 써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존엄사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약물투여 등으로 조기사망에 이르는 것도 포함된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통합 가이드라인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춰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환자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윤리적제도적인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연명치료 중지 관련 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6월 24일 구성했다.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 통일안을 오는 8월까지 만들고,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5월 18일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개발해 발표했다. 이후 7명의 환자가 서명했으며 이중 2명이 자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