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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9주년 특별기고-병원건축의 역사와 건강 패러다임
병원, 치유와 돌봄의 창의적 공간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11-11 오전 08:37:59

양내원(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한양대 ERICA캠퍼스 건축학부 교수)

◇병원건축에 감각자극디자인 개념 도입
◇시대마다 질병 개념 따라 병원건축 달라져
◇기능 효율성에서 치유 중심으로 변화

중세시대에는 환자들이 병실 어느 곳에서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볼 수 있도록 병원을 건립했다. 환자들은 병의 원인이 죄 때문이라고 생각해 예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용서받고 질병으로부터 회복되기를 기도했다. 당시 수도원에는 Kloister라고 불리우는 중정이 있었는데 중세의 수녀 힐데가르트는 중정에 있는 초록식물(초록생명력의 힘)이 환자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문헌에 따르면 초록식물이 갖는 치유의 힘은 근대 이전 의학의 중요한 기반으로 활용됐다고 한다.(고정희, 신의 정원, 나의 천국)중세에는 예배와 초록식물의 치유효과를 건축물에 도입함에 따라 병원 건물 그 자체가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했다.

18세기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이 병원균이라고 생각해서 파빌리온식 병원 건물을 건립했다. 건축에서 파빌리온이란 작은 단위의 건물을 의미하는데 이는 병원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환자들은 작은 단위로 나뉘어 수용됐다. 특히 병원균이 오염된 공기로부터 생겨난다고 생각해서 건축가들은 병실에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해주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병원을 마치 커다란 배기 장치와 같이 설계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병의 원인인 나쁜 공기를 배기시키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주는 것이 다름 아닌 건축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도 병원건물 자체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돌보고 치료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920년대에는 햇빛이 수술환자 회복에 도움을 주고, 결핵 등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인 연구결과에 따라 테라스형 병원건축이 출현하게 된다. 환자들은 남향 병실에 딸린 테라스에 나와 종일토록 햇빛 치료를 받았다. 치료의 광선으로 알려진 자외선이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실과 바로 연결된 테라스형 병원이 고안된 것이었다. 테라스형 병원 역시 병원건물 자체가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세기에는 의학의 발달로 환자들의 재원기간이 짧아지고, 의사와 간호사의 작업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합리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집중형 병원건축이 출현하게 된다. 집중형 병원이란 의사와 간호사의 동선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콤팩트하게 만든 병원을 의미한다. 특히 20세기 중반에는 이중복도형 병동부가 제안됐는데 이는 간호사의 동선을 가장 짧게 줄일 수 있는 평면 형태로 고안된 것이다. 오늘날 국내 병원의 경우 대부분 이중복도형 병동부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짧은 동선을 추구하는 가치관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집중식병원이다. 그러나 집중식병원은 기능 효율성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환자를 돌본다는 병원건축의 중요한 역할이 상실됐다고 판단된다.

1984년 미국의 Ulrich는 같은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창밖으로 정원이 보이는 병실과 벽돌 벽이 보이는 병실 환자의 수술 후 상태를 비교했다. 연구결과 정원을 바라보는 환자의 재원기간이 벽돌 벽을 바라보는 환자보다 짧았고, 합병증도 적었으며, 또한 진통제 강도가 낮았다. 이는 병실 환경이 환자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로 이후로부터 환경의 치유효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1000년 전 힐데가르트가 주장한 초록생명력의 힘이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21세기에는 질병의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된다. 철학자 한병철은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는데, 21세기를 대표하는 질병의 특징은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과 같은 신경증적이라고 정의한다. 오늘날의 질병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발생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치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한병철, 피로사회)

치유는 환자 자신의 면역력에 의해 질병을 이겨낸다는 개념으로, 스트레스 등으로 억압된 환자 우뇌의 감정을 해방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감각자극디자인 개념이 병원건축에 도입되기 시작한다. 감각자극디자인이란 인간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을 환자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병원건축의 테마도 Spaces can heal!, Design that cares, Design as therapy 등 기능 위주에서 치유를 중요시하는 개념으로 크게 바뀌게 된다.

병원건축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건물 자체가 질병 치료의 중요한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대마다 질병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병원건축의 근본적인 개념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대에는 질병을 육체적인 문제로 정의하고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 기계장치로써 설계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질병을 단지 육체의 문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관점에서 종합된 전(全)체적인 문제로 해석해 병원 환경도 성공적인 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근대의 집중식병원은 기능적으로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외부 자연과의 흐름이 단절된 자폐적인 환경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햇빛(중정), 정원(초록생명력) 등 주변의 좋은 에너지를 실내 환경에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행태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병원 복도는 단순히 통로공간이 아니라 자연과의 흐름, 이웃과 함께 하는 풍요를 제공해 주는 돌봄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20세기의 자폐적인 병원 형태에서 벗어나 21세기 치유와 돌봄의 기능을 회복하는 창의적인 공간 제안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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