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 겸손하고 검소한 행보 큰 울림
행사현장 응급의료소 설치 - 의료진 배치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08-19 오후 13:14:09

◇ “희망은 위대한 선물”
◇ “용서는 화해로 이르는 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다녀갔다. 교황은 겸손하고 검소한 행보로, 가장 낮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리더십으로 큰 울림을 남겼다. 국산 소형차를 타고, 일반시민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며, 휴대폰 셀카 촬영에도 흔쾌히 응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종교를 떠나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18일 4박5일간의 일정을 보냈다. 취임 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에 온 교황은 공항에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천주교 교황이 한국을 찾은 것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8월 15일·대전월드컵경기장),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8월 16일·서울 광화문광장),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8월 17일·충남 서산 해미읍성),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8월 18일·서울 명동성당) 등을 직접 집전했으며, 충북 음성 꽃동네(8월 16일)를 방문했다.
◇ 교황이 남긴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후 청와대 연설에서 “희망은 위대한 선물이며 우리는 우리가 희망하는 목표를 위해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며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면서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시복식 미사에서는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면서 “순교자들의 유산은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복(諡福)'이란 가톨릭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들을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교황의 공식선언이다. 복자는 성인(聖人)의 아래 단계다.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는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면서 “잠들지 말고 깨어서 희망과 윤리적인 덕, 사랑으로 무장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하며,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면서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참으로 기뻐하는 그 날이 오기까지, 그 새로운 날의 새벽을 준비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 행사현장 응급의료소 설치 - 의료진 배치
대규모 인원이 운집된 교황 방한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에 대비해 보건복지부와 천주교,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각 행사장에는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다. 특히 광화문 시복식 행사에는 총 27곳의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다. 1곳 당 의사(1∼2명), 간호사(1∼2명), 구급대원(1∼6명) 등과 응급의약품·장비 및 구급차가 배치됐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9곳(의료진 50여명), 충남 솔뫼성지 행사에는 7곳(20명),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는 9곳(20여명)의 현장응급의료소가 마련됐다.
복지부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시급히 이송해 치료할 수 있도록 행사장 인근 병원 응급실도 평상시보다 인력을 늘려 운영하고 중환자병상도 최소 1병상 이상 비워둘 수 있도록 협조요청을 했다.
교황과 교황 수행원에 대한 의료지원은 천주교측이 전담했다. 교황이 78세 고령임을 감안해 전문 의료인력 30여명을 2개조로 나눠 24시간 지원했다.
정규숙·김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