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 성공전략 논의
적정 간호인력 배치기준 - 수가 보상체계 마련돼야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11-12 오후 13:36:53

◇시범사업 투입 간호인력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보호자 없는 병원이 성공적으로 제도화되려면 시범사업을 통해 적정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하고, 적절한 보험수가를 개발해야 한다.”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호인력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돼야 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 방향을 모색하는 국회정책토론회가 '간병부담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개최됐다. 신경림 새누리당 국회의원 주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후원으로 11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간병부담 실태 및 제도개선 방향' 주제발표를 한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간병비는 2009년 기준 환자 1인당 275만원, 전체 3조원 규모에 이른다”면서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황이며, 일본은 간호료 지불보상체계를 개선하면서 간병인제도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안형식 교수는 “간병서비스가 간호체계에서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간병인 업무에 대해 간호사가 통제할 수 없고, 환자에게 적절한 간호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초래된다”면서 “병실에 보호자 및 간병인이 상주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병원감염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동에 적정 간호인력을 배치해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포괄형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험수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간호사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간호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간병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안형식 교수는 “포괄형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간호인력 확충, 간호인력 배치기준 설정, 적절한 수가 보상과 재원 확보,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의 업무범위 설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자 없는 병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주제발표를 한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통해 병상(환자) 대비 최적화 간호인력 비율을 정하고,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면서 “간호인력 수급추계를 통한 인력 충원 전략이 개발돼야 하며, 급성기병동의 간호수가체계 개선을 위해 비용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기관 간호사들의 이직사유를 보면 타병원으로의 이직(지방에서 대도시로, 중소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결혼·출산·육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신규간호사들의 34%가 1년 이내에 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토의가 이선희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선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특별위원장'(병원간호사회장)은 “올해 실시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은 2007년 및 2010년 시범사업과는 달리 간호사 인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총체적인 간호인력을 통해 간병부담을 해소하고, 입원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제고한 사업으로 평가된다”면서 “간호사의 지도·감독 하에 포괄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효율성과 책임감을 높인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간호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면서 “간호사의 경우 절대적인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 간·병원 규모 간 수급 불균형이 문제이며, 그 원인은 임금격차와 과도한 노동강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관리료 및 간호수가를 산정할 때 간호사의 노동가치와 적정임금에 대한 원가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시범사업 병원에서 대부분 간호인력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간호인력 배치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직접간호시간을 확보하고 효율적인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어도 안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달라”면서 “특히 중증환자의 간병부담 문제에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선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일관된 목표를 갖고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때 시범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다”면서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의 업무범위를 설정해야 하며, 간호사 이직률을 줄이는 등 기존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는 “시범사업에서 간호인력 수급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현재 중소병원들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준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참여하는 병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며 “환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제도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며, 공공병원 중심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종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이사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있어 간병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감염 없는 병동 만들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정 보호자없는병원연석회의 대표는 “시범사업을 공공병원 중심으로 확산시키고, 간호사들의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 근로조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은 내년 7월까지 계속하게 되며, 예산도 올해 수준으로 확보했다”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지불체계를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공공의료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우선 시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해 간호인력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는 남자간호사들이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미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신경림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간호인력을 통해 간병부담을 해소하고 입원서비스의 혁신 모델을 만들고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가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를 위한 성공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 대독),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김성태 새누리당 제5정조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올해 7월 1일부터 시작했다. 5대 권역별 13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1곳, 종합병원 10곳, 병원 2곳이다.
◇ 경기 = 인하대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세종병원, 수원윌스기념병원 ◇ 서울 = 서울의료원, 목동힘찬병원, 삼육서울병원 ◇ 충청 = 청주의료원 ◇ 호남 = 목포중앙병원, 순천한국병원 ◇ 영남 = 안동의료원, 브니엘의료재단 온종합병원, 좋은삼선병원.
건보공단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은 병원이 적정수준의 간호인력을 확보하고 병동환경을 개선해 입원환자에 대한 질 높은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간병부담을 해소하고 보호자가 병원에 상주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대한 전문가 자문역할과 운영 및 기술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특별위원장은 곽월희 병원간호사회장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