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특별기고 … 글로벌 리더를 꿈꾸고 도전하라
좋은 팔로어(Follower)가 좋은 리더 된다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10-30 오전 08:28:48

김미영(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대민부총장)
◇조직 미션 생각하며 구성원으로 책임 다해야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자신의 성장판 열어두길
◇객관적 증거 근거한 `창조적 비평' 기술 갖춰야
요즘처럼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전 세계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많이 하는 시대도 없었던 것 같다. 이른바 글로벌 리더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면 늘 마음이 뿌듯하다.
미국에 와서 커뮤니티 병원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이후로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리더십'이란 말을 늘 접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평소 생각하는 것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1. 리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어린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노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를 이끄는 아이가 있다. 타고난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자리잡기'를 통해서 다른 아이들이 리더로 인정하고, 아이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자리잡기'에서 인정을 받는 리더가 되려면, 꾸준한 수련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가정이든 직장이든 조직의 미션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꾸준히 마음을 닦는 자기 수련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리더십은 카리스마를 지녀야 하는가?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실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다' `된다'는 강한 믿음을 주는 분위기를 카리스마라고 한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직책이 주는 권위에 의존해서 쌈닭 같은 태도를 키우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공유할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기선을 제압하는 전투력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 아니다.
3. 여자들은 왜 상대적으로 리더십 테이블에서 빠져 있는가?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런 단점을 이기고 정상의 리더에 이른 여성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는데, 건강관리분야에서 여성리더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자리라고 여겨온 정부 주요 포스트, 건강관련 협회(APHA, AHA, ALA) 이사진과 임원진에 여성이 포진하면서 건강관리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현역만 250만명), 그에 비례해 정부 및 관련 기관, 대학/연구소, 병원의 리더십 포지션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수많은 지역건강관리센터장은 간호사가 대부분이고, 병원행정 책임자도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병원이나 대학에서 리더들이 모인 회의를 많이 해본 내 경험에 비춰보면, 위험하리만치 적극적인 아이디어는 남자들이 많이 내놓는다. 그런 아이디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은 또 대부분 여자들의 몫인 것 같은데, 결국은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지는 포스트로 올라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창조적 비평'의 기술이다. 비평할 때는 하되, 반드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한 비평이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드시 일이 되기 위한 도움말로 시작해서 가능하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 진영논리나 주관적인 감정에 빠져서 하는 비평은 비평이 아니라 비판과 다름없다.
특히 '내가 여자니까 이 분야는 잘 안다'는 주장은 독약이 아무리 예쁜 병에 담아도 독약인 것처럼, 프로페셔널 집단에서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합리적인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많은 분야에 정통해야 하는데, 전문성은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확인하면서 키워야 한다.
4.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훈련은?
좋은 리더는 대부분 좋은 팔로어(Follower)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짧아서 리더십 포지션에 있지 않더라도, 리더의 입장에서 조직의 미션을 생각하고 동료를 배려하다 보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좋은 팔로어가 되고 나중에 좋은 리더로 크게 되는 자양분이 된다.
회의차 들린 어느 대학에서 책임을 맡은 분이 화장실에서 기겁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화장실이 매우 더러웠던 것인데, 그 직후 어린 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의연하게 물을 내리고 청소를 하고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5. 글로벌 리더의 준비는?
끝으로 젊은 간호사들에게 어떤 일을 하든지 주인의식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성장판을 열어두라고 당부하고 싶다. 내 전공이 아닌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만 세상일이나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섣부르게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대신, 나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글로 옮겨 적는 것도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꿈을 갖고 한 발 한 발 나가면서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이 나의 의견을 묻고 도움을 청하는 `필요한 사람'이 된다고 본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글로벌 리더십에 꼭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