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별기고 - 의료시장 미래 전망과 간호사 역할
전문화·차별화된 간호 개발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10-26 오후 17:24:12

◇ 경영 - 기획 - 리더십 간호교육 강화해야
◇ 고급화된 맞춤형 간호서비스 요구 높아져
◇ 변화의 흐름 읽고 간호사 역할 넓혀 나가야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전화기나 흑백TV가 부의 상징이었고, 화장실에 있던 작은 TV는 고급호텔의 비장의 무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호텔에 있던 것보다 더 좋은 TV를 핸드폰에 넣어 다니고 있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세상이다.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해 세상은 기적 천지가 됐다. 만화나 공상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의료계는 참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몇 년 전을 생각하면 의료계도 과거와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최근 신·증축한 병원들을 보면, 과거 호텔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웠던 인테리어와 시설이 구비돼 있다. 게다가 환자에 대한 각종 정보는 물론 진료관련 업무도 정보화돼 종이가 없어지고, 업무의 처리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이런 기술적인 변화 이외에도 정부 정책, 고객의 요구 등에 따라 의료시장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시장은 늘 고객요구라는 주파수에 안테나를 세우고 움직인다. 이는 아파트가 현저하게 부족했던 시절에는 어느 아파트든지 외형은 물론 내부 디자인 심지어는 수도꼭지까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기본 수요가 충족된 이후에는 고객의 요구가 시장에 급격히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일 지역, 동일 평수인데도 외형과 인테리어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고, 그 결과 가격도 매우 다르게 형성돼 있다.
지금까지 의료시장의 고객은 낮은 소득수준과 많은 정부규제 때문에 서비스가 크게 진화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의료의 공급이 확대돼 기본 수요가 충족되고 나면, 고객의 요구가 시장에 반영돼 의료서비스는 급격히 고급화되고, 다양화될 것이다. 고급화된 맞춤형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상상력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실화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경제적 이유로 필수적 진료를 받을 수 없어서는 안된다'는 고귀한 뜻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정부도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소득을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더 투자하겠다는 것을 막을 명분도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외국에서 오는 환자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다양화, 고급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1인실 중심의 외국환자 전용병원은 다가올 고급 의료서비스를 대비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또한 고객의 편의를 높여주고 시간을 아껴주기 위한 노력이나 의료이외의 다른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려는 다양한 노력도 성과를 낼 것이다. 즉, 재진과 같이 의료진과의 직접 면담의 필요성이 적은 경우에는 정보화를 통해 병원 방문을 줄여준다거나, 다른 행위를 하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복합상품개발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지금은 병원들이 규모경쟁을 하지만, 앞으로는 규모보다는 상품 개발력, 질환의 전문성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평가받게 된다. 이로 인해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병원의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 소수의 대형병원은 많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명성과 고난이도 수술 등으로 인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병원은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고 이에 대한 홍보를 지속
적으로 해나가야만 한다.
차별화는 고난이도 시술 이외에도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신속하고 안전한 프로세스, 환자의 불안과 궁금증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 특정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특별서비스나 부가서비스 제공 등 특정병원만이 더 잘하는 것이면 가능하다.
이러한 미래의 의료시장은 간호사에게도 큰 기회다. 고객과 같이 호흡하며, 의사직과 보건직의 현장애로를 잘 아는 간호사들은 서비스의 개발기회를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선진국에서 탐낼만큼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병원에서는 그 역할이 다소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병원 경영진의 인식문제, 타 직종의 견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지만, 간호사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간호사에게 적절한 교육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업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는 의료계의 핵심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병원에 소속된 간호직이 수행하는 세부업무들이 미래에는 외부에서 대행하는 회사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들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그 회사의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간호대학과 간호협회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조직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하고, 경영과 기획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정을 보강해야 한다. 특히 간호사는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리드해야 하는 직종이므로, 비전과 폭넓은 시야 그리고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교육과정과 노력이 많아져야 한다.
타직종에게도 폭넓은 존경을 받는 간호사, 새로운 분야에 먼저 도전하는 간호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간호사, 특정분야에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가 많아진다면, 의료계 미래의 중심에 간호사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