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중일 간호학술대회 요약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8-26 오전 11:14:46
◆ 미래간호 혁신전략 `RICH Nursing'
==간호 이미지 창출 … 사회적 영향력 키워야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미래의 간호는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간호전문직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강렬하고 힘이 있는 간호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투자만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간호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간호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RICH Nursing'을 제안한다. `Rich'의 사전적 의미 대로 미래의 간호와 간호사를 부유하고, 강렬하며, 훌륭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RICH Nursing'은 Renovate nursing(혁신적인 간호), Independent nursing(독립적인 간호), Cultural nursing(감성적인 간호), Humanistic nursing(인간적인 간호)을 뜻한다.
혁신적인 간호를 위해선 우선 간호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간호사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학위와 수업연한을 일치시키고 연속적인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 간호교육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독립적인 간호는 간호학문을 기반으로 정책적, 정치적, 경제적, 법적으로 독자적인 간호를 수행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추기 위한 전략이다. 간호 관련 법과 정책에 눈뜨기 및 힘 모으기 운동, 간호사 창업 캠페인 등을 전개함으로써 독립적인 간호를 실현하는 것이다.
감성적인 간호는 감성적이고 혁신적인 간호문화를 창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간호와 간호사의 진정한 정신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간호사 자신이 간호의 홍보대사라는 인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언론, 드라마 등 멀티미디어를 홍보도구로 활용해 간호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간적인 간호는 대상자의 질환에 국한된 간호가 아니라 대상자 개인의 삶과 역사를 충분히 이해한 가운데 행하는 간호전략을 의미한다. 스토리 간호, 조화를 이루는 간호, 의미 있는 간호를 통해 인간적인 간호를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호가 매력적인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새롭고 혁신적인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중국 간호 100년 세계로 도약
==국가 보건의료개혁 통해 간호발전 도모
==리슈화 중화호리학회 이사장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중화호리학회(중국간호협회)는 글로벌 헬스를 향해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156만 중국 간호사의 역량과 자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긴밀히 교류하며 우호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건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보건의료개혁 프로젝트가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중 하나로 간호사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 인구 대비 간호사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까지 인구 1천명 당 간호사 3.7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중화호리학회의 핵심목표는 중국의 건강수준 향상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경제 발전과 조화를 지지하며, 간호사 수준과 간호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중화호리학회는 앞으로 간호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간호과학 발전을 선도하고, 간호사의 계속교육을 발전시키고, 국제적 의료시장을 확장하며, 학회의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나갈 것이다.
2009년은 중국 간호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100주년을 맞아 중국의 전통적인 간호와 정신을 계승하면서 성장과 도약의 원년을 열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면서, 세계 간호사들과 손을 맞잡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성취해 나갈 것이다. 간호학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교류와 협력에 힘쓸 것이다.
특히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 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아 `간호과학·기술발전상'을 시상하게 돼 매우 기쁘다. 이 상은 중국 간호사 최고의 영예다.
세계 보건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간호사 부족 문제, 지구 온난화, 재해 증가, 질병 양상의 변화 등으로 인해 간호사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간호사들은 인류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세계 곳곳에서 헌신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협력으로 희망찬 미래 간호를 창조하자.
◆ 신입간호사 실무연수 정부에서 지원
==간호협회 정치 세력화 통해 이뤄낸 결실
==히사쓰네 일본간호협회장
일본간호협회는 올해 간호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간호사·조산사법' 및 `간호인 안전보장을 위한 법'이 지난 7월 9일 개정된 것이다. 개정된 법은 2010년 4월부터 시행되며, 핵심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신입간호사를 위한 임상실무연수 프로그램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도록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연간 30억엔(약 399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둘째, 간호사 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 응시자격을 강화했다. 개정된 법에서는 간호사 면허시험은 대학 졸업자가 볼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번에 두 법률이 개정되기까지 일본간호협회는 총력을 기울였다. 2년 전부터 후생노동성에 간호교육 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반대가 심했고, 정부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에 간호협회는 국회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회에서 간호교육을 위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줄 것을 촉구했고, 의원 발의를 통해 마침내 개정법률이 통과되는 결실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또한 간호협회의 정치적 파워가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신입간호사의 9.3% 정도가 졸업 후 1년 이내에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교육과 실무현장에서 요구되는 간호 사이의 갭 때문이다.
경력간호사들은 주로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으로 인해 직장을 떠난다. 직장을 그만두는 일본 여성의 70%가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무에 다시 복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혼간호사들은 탄력근무제를 원한다.
일본간호협회는 간호서비스의 질 향상,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간호사의 역할 확대에 목표를 두고 매진하고 있다. 간호사는 대상자가 존엄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한-중-일 핫이슈
제1회 한 -중 -일 간호학술대회에서는 각 나라에서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간호문제와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은 유휴간호사 재취업 전략(박성애 대한간호협회 당연직부회장), 중국은 환자분류체계 적용(썬 홍 위생부베이징병원 간호부장), 일본은 환자안전(교코 나가이케 일본간호협회 상임이사)을 주제로 발표했다.
▷ 한국,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 실시
대한간호협회는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간호사 재취업에 힘쓰고 있다. 전국 시도간호사회가 중심이 돼 임신·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들을 간호현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간호사회는 `간호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노동부와 여성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새일센터에서는 전문적인 취업상담, 직업교육훈련, 취업지원, 취업 후 사후관리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유휴간호사 재취업을 위한 교육, 새로 일하기 지원 프로그램,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서비스, 부부가 함께 하는 간호사 직업 이해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중국, 환자분류체계 기반 간호인력 배치
중국 위생부에서는 일반병동의 병상 대 간호사 수 표준을 1:0.4로 제시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환자분류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시간을 예측하고 간호업무량에 근거해 간호사를 배치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위생부베이징병원에서는 환자의 중증도와 일상생활수행능력, 직접간호시간에 따른 환자분류체계를 임상실무에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 결과 환자의 간호요구에 근거해 간호사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 환자분류체계에 입력된 자료를 조회하면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관리할 수 있고 체계적인 보고가 가능하다.
▷ 일본, 의료사고 대처 가이드라인 개발
일본 의료법에서는 2006년 환자안전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수집된 자료에 근거해 보고서를 작성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의 사회·경제·복지와 의료사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 배포했다. 의료사고를 경험한 간호사를 위한 상담서비스, 간호사 배상책임보험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고조사위원회 설치 관련 법률 제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양질의 안전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근무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는 정책성명도 발표했다.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입간호사 성공적인 적응 돕기
==간호사 직무만족도 높이기 주력
3개국 공통 관심사
제1회 한 -중 -일 간호학술대회에서는 총 31편의 연구논문이 구두로 발표됐다. 특히 신입간호사들이 간호현장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간호사들의 직무만족도를 높이고 이직의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학생 때 실습에 만족했던 간호사 이직의도 낮아 = 김남은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간호파트장은 신입간호사의 이직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조직몰입이며, 조직몰입도가 높은 간호사일수록 이직의도가 낮았다고 발표했다.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이직의도도 높았다.
특히 간호대학 시절 임상실습에 만족했던 학생들은 간호사가 되어서도 이직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인턴십과정이 신입간호사의 이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신입간호사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소진 = 사쓰키 사카타 교수(일본 세이레이 크리스토퍼대)는 신입간호사들은 근무를 시작하면서 점차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힘들어 하며, 간호직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은 전문지식과 기술이 미숙함을 느끼면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대학 교육과 간호현장 사이의 갭을 느끼면서 심신의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이 높은 간호사의 경우 근무를 계속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과 자신감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중심으로 일하는 간호사 인정 = 게이코 우에노 교수(일본 가와사키의료단기대학)는 일본과 중국 신입간호사를 대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의욕적인 간호사 이미지에 대해 연구했다.
일본에서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간호사, 태도(미소·공손한 말투·인사성)가 좋은 간호사, 즉시 반응하며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간호사를 의욕적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에서는 전문직 간호사로서의 자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 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간호사, 간호기술 수준이 뛰어난 간호사를 의욕적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전문분야별 교육과정 운영 성과 = 왕지안롱 중화호리학회 부이사장(중국 해방군총병원)은 전문분야별 간호사 교육과정 운영사례를 발표했다. 중환자간호, 구급간호, 수술간호, 당뇨간호, 정맥주입간호 등의 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한 결과 간호사들의 임상간호기술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간호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조직문화 혁신적일 때 직무만족 높아=이재순 이대목동병원 주임간호사는 간호관리자가 윤리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직문화가 관계지향적이고 혁신적일 때 간호사들의 직무만족도가 높고 이직의도는 낮았다고 발표했다.
정규숙 기자 kschung@
김보배 기자 bb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