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뷰-간호, 돌봄의 예술 넘어 도덕예술로 발전해야
`간호' 돌봄의 가치 실천하는 전문직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4-22 오전 10:08:18
-`돌봄' 인간 삶의 근원적 존재양식
-간호는 고통 받는 인간 돌봄의 예술
-인격적 접촉 통해 대상자의 상황 통찰
-간호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도덕예술
-인간의 존엄성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양육(養育)이나 돌봄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지닌 간호(看護)는 인류의 시초 이래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이며, 동시에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전문적 직업활동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우리의 유가 전통 속에서도 돌봄의 정서는 자기 자신의 돌봄뿐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돌봄으로서 아이에 대한 양육, 부모나 노인에 대한 봉양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연적, 도덕적 본성으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서양 역사에서 간호의 사회적 실천 형태는 초기 기독교시대에 사도바울의 뜻을 따르던 교회 여집사들의 병든 자, 가난한 자, 나그네 등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봉사활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중세의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간호단체들의 사회적 돌봄의 실천은 오늘날 전문직업의 형태로 자리 잡게 한 모태가 된 것이다.
이렇듯 돌봄의 실천으로서 간호는 학문의 틀을 갖추기 이전에 이미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존재양식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돌봄의 실천이라는 직업의 형태로서 오늘날까지 발전되어 왔다. 돌봄의 철학은 바로 인간 상호관계가 이뤄지는 삶의 도처에서 그리고 전문직업의 사회적 실천 현장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돌봄의 근원적 가치를 재조명해 간호학문의 기초로 삼아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
간호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돌봄(caring)의 근원적 가치란 무엇인가? 돌봄이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삶의 존재 양식이다. 이것은 인간의 자기 돌봄의 과정이 곧 삶의 과정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간호에서 돌봄은 우선 대상자 자신의 실존적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자기 이해를 증진시켜주고, 질병이나 상해 등으로 인해 위협받는 자기 정체성, 자기 존중능력을 향상시켜줘야 한다.
또한 돌봄은 인간 상호관계를 통해서 질병과 고통 속에서 위협받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도덕적 이상이다. 돌봄의 도덕적 이상은 인격적인 인간관계의 의사소통과정과 감정을 통한 정서적 참여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간호실무의 핵심으로서 신체적 지지활동이나 접촉, 주의 깊은 경청, 함께 하기, 환자 교육 등은 인간관계의 신뢰와 친밀성 속에서 돌봄이 지닌 감성적, 도덕적 성격을 드러내준다. 예를 들어 촉진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몸의 종양을 없애는 의사의 손은 신체내부의 조직의 구성을 판별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숙련된 기술적 손이다. 하지만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위로를 주는 간호사의 손은 환자의 몸이 친숙한 생활 세계 속에 다시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격적 접촉을 지닌 감성적 손인 것이다.
이러한 인격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돌봄이 지닌 감성적 도덕적 특성을 간호학자들은 `간호의 예술'(art of nursing) 혹은 `인간 돌봄의 예술'(art of human caring)이라고 일컫는다. 돌봄의 예술이 되기 위해서 간호는 돌봄의 인격적 태도를 드러내주는 감성적(aesthetical) 차원과 간호행위가 발생하는 도덕예술(moral art)의 차원을 동시에 함축해야 한다.
돌봄의 예술을 특징짓는 감성적 차원은 간호사의 예민한 지각능력, 유추능력, 상상력 등의 감성능력을 통해 대상자의 요구를 인지하고 그가 처한 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해 느껴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돌봄의 감성적 차원은 간호사가 대상자가 처한 상황에 깊이 관여하여 통찰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를 통해서 예술로서의 간호행위가 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왓슨(J. Watson)은 간호란 영적,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지닌 실존적 삶의 주체자로의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돌봄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 돌봄이란 몸, 마음, 영혼의 조화상태를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존하고 증진시켜 주는 간호의 도덕적 이상인 것이다.
즉 인간 돌봄이란 인간의 내적인 통합이 깨어진 인간의 불건강과 고통이라는 현존재의 상황 속에서 인간 내부의 자아의 통합과 조화의 감각을 회복시키면서 자기 인식, 자기 통제, 자기 치유에 대한 감각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때 간호사와 대상자 사이의 인격적 접촉과 만남을 통해 서로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생성되는 실재적인 돌봄의 기회가 발생한다. 이것이 예술로서 돌봄이 발생하는 일종의 사건(event)인 것이다.
간호사와 대상자 사이에서 돌봄의 사건이 발생하려면 간호사는 대상자의 감정과 내적 상태를 상상해 대상자 스스로 그것을 가시화시켜 느끼고 표현해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술로서의 돌봄은 간호사와 대상자 사이의 상호 인격적 접촉과 만남을 통해 발생하는 자기 인식의 확장과 치유가 동시에 일어나는 돌봄의 기회인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간호에 대한 노트'에서 참 간호는 자연의 치유과정이 가장 최대로 가능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견해는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의 기예(技藝)를 닮은 예술로서의 간호에 대한 사고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는 참 간호를 위해 신체라는 자연이 준비하고 있는 회복과정과 생명유지의 경이로운 프로그램, 그리고 무엇이 그의 생명력을 소모시키며 해를 주고 있는지를 관찰해서 생명력을 향상시키는 돌봄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간호란 이러한 자연의 치유력이 담고 있는 자연의 지혜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는 사고에 기초한다. 그래서 돌보는 사람은 신이 질병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자연의 기예를 습득하여 간호예술을 실천해야 한다. 간호가 자연의 치유력이 최상의 상태를 발휘하도록 삶의 조건을 조성해 주는 예술이라면, 바로 그 예술은 자연이 지닌 본성으로서의 치유력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습득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간호예술은 환자와의 상호 인격적 관계 속에서 간호의 도덕적 목적을 실현하는 인간 돌봄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환자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 가족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수행되는 간호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복지와 안녕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돌봄은 자연 생명체로서의 인간자연의 치유과정을 돕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인격적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도덕적 차원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도덕적 차원을 지닌 간호란 인간이란 자연 생명체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라는 도덕적 목적을 스스로 부여하여 추구하는 인간성의 실현을 위한 간호인 것이다. 인간 돌봄은 단지 생명보존과 삶의 복지(well-being)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의 간호의 기술적 실용적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줌으로써 도덕적 지위를 지닌 인격적 가치를 회복시켜주는 목적에 기여하는 간호예술이어야 하는 것이다.
고통 받는 환자의 상태와 요구를 지각하고 그 상황에 대한 감성적 참여를 통해 이해하고 느끼는 것은 간호사가 도덕적 힘을 발휘해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돌봄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간 돌봄이란 인간의 마음, 신체, 영혼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간성을 보호하고 증진시켜 주는 간호의 도덕적 이상이다. 이것은 인격체들 사이의 상호접촉과 만남을 통해 마음, 신체, 영혼의 조화와 일치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 전달하는 돌봄의 예술인 것이다.
간호예술은 인간생명체가 스스로 지닌 자연력을 회복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봄의 차원을 넘어서 인격적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실현되는 도덕예술로서의 인간 돌봄에 대한 사고를 요구한다. 자연의 손길과 지혜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관찰을 통해 획득되는 돌봄의 예술은 자연적 치유와 회복 조건을 갖추도록 도와줄 뿐만이 아니라, 취약한 상황에서 위협받는 인격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주는 도덕예술이 돼야 하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간호관에는 암묵적으로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매개하는 인간에 대한 도덕적 소명의식이 깔려 있다. 이것은 자연의 기예를 닮은 예술로서의 간호가 곧 인간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라는 도덕적 소명의 실천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계창조주의 자연에 대한 보살핌과 치유의 손길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간호사의 돌봄이야말로 인간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뿐만이 아니라, 도덕적 소명을 다하는 도덕예술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병혜 교수(조선대 간호학과)
*공병혜 교수는 고려대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독일 만하임대에서 철학, 독문학 학사 및 석사, 하이델베르그대에서 칸트미학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대학 예술문화연구소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칸트학회, 한국의철학회, 한국여성철학회 등에서 편집위원 및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