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한국적 간호중재 개발 전략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10-28 오후 16:16:36
◇교과과정 표준화 및 교재 개발 시급
◇전인간호 수행 자질 갖춘 간호사 양성
유물론적 사고의 틀에서 발전한 서양의학은 갈렌니즘(galenism) 이래 해부학과 생리학에 근거한 합목적적 치료행위에 집착해왔다. 그 결과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약물복용으로 급성질환에 대한 가시적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서양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생명은 크게 연장됐으나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퇴행에 의한 만성질환의 만연과 첨단 과학시대의 산물로 나타나는 신경정신장애에 대해 현대의학은 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의료행위에서 환자의 반수 이상이 정신장애를 동반하거나 이것에 기인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현대인의 주 사망원인인 암과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서양의학은 치료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완대체요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그동안 서양의학에 밀려 잊혀져가던 각종 민속요법과 전통의학이 전 세계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음양화평에 근간 둔 중재
우리나라는 한의학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에도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 만큼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요구가 크고 그 적용이 광범위하다.
한국인의 60% 이상이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80%가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분류되는 사상의학을 알고 있고, 이들의 반 이상이 그들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간호중재에서 한의학적 사고와 보완대체요법에 의한 치료방식을 도입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질병을 해부학적 인과관계로 단순화하지 않고 정(精), 기(氣), 신(神)의 조화와 음양오행으로 풀이하는 한의학의 기본개념과 사상체질론으로 특징지어지는 동의학(東醫學)의 특성을 한국적 간호중재에 접목하는 일이 시급하다. 의사의 보조자로, 약물처방의 집행자로 국한된 서양의학의 간호행위에서 환자의 전인적 치료와 양생에 책임을 지는 한국형 간호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체질에 따른 병증의 관찰과 음양의 조화에 근거한 섭생과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여 칠정〈기쁨(喜)·노여움(怒)·근심(憂)·생각(思)·슬픔(悲)·놀람(驚)·두려움(恐)〉을 다스림으로써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에 달하게 하는 기법이 한국적 간호중재의 근간이 돼야 한다.
간호학 교과과정 개혁해야
이러한 선진적 간호중재 기법을 도입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간호학 교과과정의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서양의학의 보조자적 소양을 키우는 현행 교과과정의 틀을 개편해 전인적 간호(holistic nursing)를 위한 지식과 안목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돼야 한다. 동양철학의 우주관, 인간관, 섭생관과 동의학의 기본개념인 음양론, 장부의 기능, 장부와 오행과의 관계, 체질론 등이 교과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또한 다양한 보완대체요법 중에서 치료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유용한 치료방법들, 예를 들어 식이요법, 발반사요법, 귀자극요법, 경혈지압, 수지침, 뜸, 밸런스테이핑, 아로마요법, 음악요법, 무용요법, 미술요법, 단전호흡, 타이치, 요가 등을 선별해 한국적 간호중재 기법으로 발전시키고, 이들 방법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임상시험을 강화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러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한국적 간호중재의 기본소양을 갖춘 간호사가 배출됨으로써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지속적인 양생방법을 개인의 체질과 환경에 맞춰 처방할 수 있는 진정한 건강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간호협회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간호학 교과과정에 한의학개론과 보완대체요법을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간호학 전공교재에서 수지요법, 귀자극요법, 발반사요법, 아로마요법 등이 부분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확대해 전국적인 교과과정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 국가시험에 이들 과목을 포함시키는 일도 이제는 고려해야 한다.
한국 간호로 세계 이끌자
이러한 노력이 이뤄질 때 보완대체요법이 간호사들의 고유업무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보완대체요법이 무자격자의 허위시술로 사용되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이 분야에 간호계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우선 보완대체요법을 한국적 간호중재 기법으로 활용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과 교재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간호사들이 보완대체요법으로 전문화되어 일인일기(一人一技)의 대체요법 자격증을 가지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적 간호중재의 개발을 위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특히 대체의학의 적용을 위해 한국보완대체요법간호사회가 결성되어 학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학술활동을 통해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기술과 간호중재 기법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학술활동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훌륭한 전통의학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이들을 현대의학에 접목해 우리 고유의 선진화된 치료기술과 간호기법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국적 간호중재 개발은 우리 세대가 이뤄야할 대명제이며, 한국 간호학이 세계를 이끌어 가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노승옥(신흥대학 간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