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in시네마-한국 우주인 탄생 그리고 간호사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4-23 오전 09:43:26

〈E.T.〉나 〈토탈리콜〉에서 보았던 기괴한 모습의 우주인이 나오지는 않지만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차분하고도 잔잔하게 흐르는 〈콘택트〉는 독특한 색깔의 공상과학영화이다.
어릴 때부터 별의 관찰과 무선통신으로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달래던 주인공 엘리는 천문학자가 되어 지구문명탐사계획인 `세티'의 책임자가 된다.
가망 없는 일에 미쳐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외계 어디에선가 보낼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던 엘
리는 어느 날 `베다성'으로부터 신호를 받게 되고 그들이 보내준 설계로 개발된 우주여행장치에 탑승할 최종 선발자가 된다.
과연 망원경으로 수신되는 신호를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지, 우주에서의 18시간이 지구에서는 단 몇 초에 맞먹는지에 대한 과학적 오류는 차치하고라도 터널과 같은 웜홀을 지나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우주에서 만난 우주인은 “인간은 더 많이 진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콘택트〉를 보면서 늘 진지한 엘리의 모습은 사뭇 간호사와 닮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우주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엘리의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은 낯선 질병을 앓고 있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의료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하염없이 귀를 기울이는 간호사의 모습이 아니던가.
우주에서 보면 한없이 작고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지만 그 개개인은 모두 위대하고 소중하다. “무한한 우주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우리뿐이라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영화 속 대사는 자기주장과 자기 세계에만 갇히지 말고 인간 이해의 범위를 범우주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간호사의 기본 소양을 생각하게 한다.
2008년 4월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연일 보도되는 우주와 여성우주인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 이해에 대한 사고의 범위를 확대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