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 in 시네마-의료인의 손길이 필요한 곳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1-03 오전 08:27:52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캐나다 퀘벡의 작은 섬 생 마리. 한때는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들의 당당함과 콧노래, 그리고 사랑의 환호성이 넘쳐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어업의 불황으로 폐허가 돼버렸다. 시장마저 야반도주하여 뭍으로 가고 100여명의 촌로만 남은 가운데 마을의 터줏대감인 저맹은 플라스틱 공장을 유치해 마을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의사가 꼭 필요하고, 조촐한 은행창구 앞에서 실업연금으로 연명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 의사를 불러올 길이 만무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도시에서 속물스런 삶을 살다가 마약을 소지한 채 과속운전을 한 대가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성형외과의사 루이스가 한 달간 이 섬에 체류하게 된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은 이 젊은 의사를 5년간 붙잡아두기 위해 집단 사기극을 벌인다. “진실을 말하고 이쯤에서 고기를 놓아줄까? 아니면 5년 동안 24시간 이런 식으로 계속 살까?”를 고민하는 저맹. 어쨌거나 그들에게 의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생전 처음 도착한 외딴 섬.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이곳에서 낚싯대만 드리우면 대어가 낚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크리켓 경기를 마음껏 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이 마을 식당의 오늘의 요리가 되어 올라오고, 밤마다 재즈파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사기극임을 알았다 해도 마음이 열릴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식의 느릿하고 어눌한 코미디는 결국 진심으로 통하고 루이스는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다.
의료인의 손길이 필요한 낙도는 영화 〈대단한 유혹〉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열악한 의료시설로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곳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새 정부에서는 소외된 주민들의 마음까지도 돌보는 보건의료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