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 in 시네마-희귀난치성질환과 간호사 역할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12-06 오전 09:58:45

며칠 전 필자는 희귀난치성질환 지역거점병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질환마다 환자의 수는 적지만 그 범위가 넓고 매우 다양하며 새로운 질병이 하루가 다르게 발견되고 있어서 실제 이 분야의 전체 환자 수는 적지 않음을 알고 놀라웠다.
영화 〈로렌조 오일〉은 체내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뇌로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부신백질이영양증(ALD)'에 걸린 로렌조의 이야기를 다룬 감동실화이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10살가량의 남아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첫 증상 이후 2년 내에 급속한 속도로 시력과 청력을 잃고 운동장애를 보이며 식물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황망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오도네 부부는 넌지시 안락사를 거론하는 ALD재단의 회장이나 호스피스센터로 보낼 것을 건의하는 간호사, 치료 포기를 권하는 여동생의 말을 따르지 않고 치료법 찾기에 전념했다. 꼭 살리겠다는 오도네 부부의 모습이 유별나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집념이 `로렌조 오일'을 만들어냈고 FDA의 승인을 얻어 지금도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오도네 부부가 도서관에서 지방산의 대사과정에 매달려있는 동안 로렌조를 간병했던 여러 간호사들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간호의 철학이나 신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간호사, 환자의 진정한 요구를 읽어내지 못하는 간호사, 환자보다 먼저 포기하는 간호사 …. 마지막에 로렌조의 곁을 지켰던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온 로렌조 가족의 옛 친구 오므리였다. 그는 간호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로렌조를 사랑하고 도왔다.
희귀난치성질환은 완쾌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병과정이 너무나 힘들다. 그렇기에 질환에 대한 적절한 정보의 제공과 전문적인 유전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인간을 사랑하는 신실한 마음이다.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