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 in 시네마-제8요일에 창조된 순수한 영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8-22 오전 10:24:38

〈제8요일〉이란 영화제목이 갖는 패러독스에는 느긋함이 묻어나서 좋다. 대부분의 유럽영화가 그렇듯이 헐리웃 영화에서처럼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빠르게 전개되는 화면을 따라가기에 바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고, 그래서 지루하고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상언어를 해석할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에 더욱 좋다.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하여 `자신을 팔기 위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눈과 눈을 마주치고 자신의 정열을 전염시키려 하며, 당당한 그리고 자신에 찬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세일즈맨 교육강사 아리. 하지만 그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달려가는 동안 차갑고 계산적인 그의 삶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는 아내 줄리와 딸은 그를 외면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와 정신박약으로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다운증후군의 조르주는 4년 전에 죽은 엄마를 찾기 위해 요양원을 두 번이나 탈출한다. 그리고 그 둘은 어느 비오는 밤 요양원에서 탈출한 조르주의 개가 아리의 차에 치인 인연으로 함께 다니게 된다.
아리와 조르주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건강이란 신체적 결함이나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만으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인 듯 보이는 아리는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인 반면 비정상인 듯 보이는 조르주는 환상 속에서 현실을 창조해내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리는 골치 아프면서도 초콜릿 알러지가 있는 조르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조르주는 상대방을 인위적인 마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대하라는 가르침을 아리에게 주고 있다. 결국 아리는 특별한 폭죽놀이로 가족과 재회하게 되고, 조르주는 초콜릿을 맘껏 먹고 옥상 끝에서 엄마를 향한 행복한 비상을 한다.
하나님은 5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제6일에 인간을 만드셨으며 제7일엔 안식하시고 제8일엔 조건없이 기뻐할 줄 알고 한없이 사랑할 줄 아는 아리를 창조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제8요일에 창조된 아리가 될 수 있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