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 in 시네마-영적간호 참의미를 생각하며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7-04 오전 09:53:56

칸 영화제에서도 인정한 `전도연'이란 배우의 호소력 짙은 연기를 보면서 그녀처럼 가슴을 쥐어뜯고 토하듯 울음 우는 이들을 병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불행은 겹쳐 온다는 옛말이 있다. 남편의 외도와 교통사고로 인한 사별, 어린 아들의 유괴와 죽음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 피아노 실력 외에는 잘난 것 하나 없는 가정주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충격적 사건이다. 하지만 병원에는 이보다 더 기막힌 사연과 상실감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
영화 〈밀양〉에서는 주인공 신애에게 기독교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하나님의 품안에서 안식하는 듯 보였지만 아들의 유괴범에게조차 베풀어진 하나님의 공평무사한 자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하게 저항한다. 그녀에게 하나님의 사랑은 어쩌면 `거짓 태양(密陽)'이었는지도 모른다.
참 어렵고 무거운 주제였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영적간호를 생각했다. 영적간호는 기독교적 신앙에 기초하여 모든 대상자가 하나님과 개인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를 갖도록 돕는 일련의 간호행위를 말하며, 이는 대상자의 안녕과 온전함을 유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영적간호는 특정 종교에의 귀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영적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는 영적요구를 인식하지 못하는 대상자도 존중해야 하며 영적요구를 부정하는 이에게도 관심 있게 대하는 주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동정하거나 불행한 자로 이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입의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간호를 행하는 간호사는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판에 박힌 교리의 설명이나 종교와 관련된 적절치 못한 토론을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신애 주변에서 동그라미 맴돌던 노총각 종찬의 표현은 서툴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신애에게 더 깊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