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간호문학상 시 수필부문 심사평
홍 정 선(문학평론가 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1-05 오전 10:23:11
금년도에는 응모작 중 수준작이 많지 않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 많이 없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이 문학상의 취지가 문인을 배출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미쳐서 당선작을 내기로 했다. 문학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진, 인문적 교양인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이 작품을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시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산문과 구별되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그 이유는 서술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늘어놓은, 길이만 짧은 작품들을 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행과 연의 구분이 가진 기본적인 의미마저 무시한 작품들이어서 심사하기에는 편했지만 당선작을 뽑는 것은 힘들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보애의 〈장마의 끝〉은 응모작 중 `시의 문법'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다른 작품들처럼 풀어서 설명하는 어투가 없다. 표현의 방식이 뛰어나게 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비유 속에서 드러내는 의미가 정답고 산뜻하다. 예컨대 “마당가 뿌옇게 사열하고 섰는 나무들/여자들의 괴성에 화들짝 놀라/가지마다 머금었던 물방울 툭툭 떨구어 낸다”와 같은 구절들이 그렇다. 여기에는 장마 끝의 자연풍경과 오랫만에 외출한 여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이런 산뜻한 표현과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환하게 걷어낼 투명한 반짝임이/포플러 잎새를 흔들며 막 들어선다”와 같은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
를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정한다.
가작으로는 강윤정의 〈춥파춥스 자판기〉를 뽑았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가진 미완의 가능성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사에서 뽕잎을 먹은 누에가 비단실을 토해내듯 시를 토해낼 가능성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응모작 4편 모두가 보여주는, 마지막 결말을 상투적 교훈으로 만드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더 좋은 시가 나올 것이다.
수필부문에서는 장덕진의 〈공짜전화〉가 다른 작품에 비해 단연 돋보여서 당선작으로 뽑는다. 자그마한 일상사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이르는 모습, 그리하여 자신도 아버지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수필이 가진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일상생활의 평범함에 가려져 있는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면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모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말투가 설명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 수필의 강점이다.
가작으로는 고혜원의 〈호물호물 쩝쩝〉을 뽑는다. 당선작과는 수준차가 나지만 그래도 자신의 깨달음을 설교하려는 다른 작품에 비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표현을 얻도록 분발해 주기 바란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면서, 명년에는 금년보다 한층 더 수준이 높아진 작품을 지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시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산문과 구별되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그 이유는 서술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늘어놓은, 길이만 짧은 작품들을 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행과 연의 구분이 가진 기본적인 의미마저 무시한 작품들이어서 심사하기에는 편했지만 당선작을 뽑는 것은 힘들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보애의 〈장마의 끝〉은 응모작 중 `시의 문법'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다른 작품들처럼 풀어서 설명하는 어투가 없다. 표현의 방식이 뛰어나게 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비유 속에서 드러내는 의미가 정답고 산뜻하다. 예컨대 “마당가 뿌옇게 사열하고 섰는 나무들/여자들의 괴성에 화들짝 놀라/가지마다 머금었던 물방울 툭툭 떨구어 낸다”와 같은 구절들이 그렇다. 여기에는 장마 끝의 자연풍경과 오랫만에 외출한 여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이런 산뜻한 표현과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환하게 걷어낼 투명한 반짝임이/포플러 잎새를 흔들며 막 들어선다”와 같은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
를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정한다.
가작으로는 강윤정의 〈춥파춥스 자판기〉를 뽑았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가진 미완의 가능성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사에서 뽕잎을 먹은 누에가 비단실을 토해내듯 시를 토해낼 가능성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응모작 4편 모두가 보여주는, 마지막 결말을 상투적 교훈으로 만드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더 좋은 시가 나올 것이다.
수필부문에서는 장덕진의 〈공짜전화〉가 다른 작품에 비해 단연 돋보여서 당선작으로 뽑는다. 자그마한 일상사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이르는 모습, 그리하여 자신도 아버지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수필이 가진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일상생활의 평범함에 가려져 있는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면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모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말투가 설명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 수필의 강점이다.
가작으로는 고혜원의 〈호물호물 쩝쩝〉을 뽑는다. 당선작과는 수준차가 나지만 그래도 자신의 깨달음을 설교하려는 다른 작품에 비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표현을 얻도록 분발해 주기 바란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면서, 명년에는 금년보다 한층 더 수준이 높아진 작품을 지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