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간호문학상 시.수필부문 심사평
홍 정 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1-20 오전 10:45:10
젊은 사람들의 발랄한 표현을 접하는 것은 즐겁다. 글의 수준과 상관없이 젊은이의 표현 속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예년에 비해 응모작의 수가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니고, 글의 수준이 파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싱싱한 대학생들의 목소리 때문에 즐겁게 심사를 끝냈다.
시 부문에서는 장성순의 〈소쇄원에서〉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시를 비롯해서 장성순이 쓴 5편의 시들은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응모작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장성순을 당선자로 결정한 후 5편의 시 중 〈소쇄원에서〉와 〈고구마 줄기를 벗기면서〉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전자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소쇄원에서〉는 아름다운 시이다. 시의 행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소란스러움에 놀란 대잎들 / 소슬거리며 물결친다"거나 "석류꽃 붉은 잎술 / 허공에 찍어내고" 같은 표현도 아름답지만, "어긋난 쪽문 / 바람결에 삐거덕 시문을 읊는다"는 표현은 소쇄원의 이미지와 어울려서 더욱 아름답다. 역사에 씻긴 오롯한 풍경의 모습이 서정적인 언어의 세계 속에서 손에 잡힐 듯 살아나는 좋은 작품이다.
가작으로는 이경하의 〈봄비〉를 뽑았다. 이경하가 보낸 3편의 작품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당선자의 작품에 비해 시어의 탄력성이 떨어졌다. 구어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봄비 하나 출렁"으로 행을 마무리하는 실력을 잘 살린다면 앞으로 좋은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시어의 긴장과 응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길 당부한다.
수필부문에서는 김연희의 〈설거지〉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설거지'라는 소재를 차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솜씨도 솜씨이지만 글의 구성이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언젠가는 내 인생의 설거지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하루의 설거지 뒷모습처럼 나의 삶의 뒷모습도 아름답고 싶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면서 훌륭하다. 그리고 글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설거지는 마치 작은 새가 지푸라기를 매번 한올씩 물어다가 차근차근 포근하고 안락한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행복한 가정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실가닥이라는 생각이 든다"와 같은 매력적인 문장이 지루한 일상사를 지루하지 않게 읽도록 만들고 있다.
수필분야의 가작을 뽑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는 〈이름의 추억〉과,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봄〉과, 신규간호사 시절의 실수와 좌절을 회상하는 〈위대한 일〉 세 작품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잃어버린 봄〉과 〈위대한 일〉을 두고는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건강하게 적응하도록 만들어준 훌륭한 선배들의 모습을 그린 김계하의 〈위대한 일〉 쪽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응모한 분들의 생활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아서였다. 아쉽게 떨어진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면서, 아무쪼록 떨어진 분들은 자신의 계몽을 위해 지속적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홍 정 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시 부문에서는 장성순의 〈소쇄원에서〉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시를 비롯해서 장성순이 쓴 5편의 시들은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응모작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장성순을 당선자로 결정한 후 5편의 시 중 〈소쇄원에서〉와 〈고구마 줄기를 벗기면서〉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전자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소쇄원에서〉는 아름다운 시이다. 시의 행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소란스러움에 놀란 대잎들 / 소슬거리며 물결친다"거나 "석류꽃 붉은 잎술 / 허공에 찍어내고" 같은 표현도 아름답지만, "어긋난 쪽문 / 바람결에 삐거덕 시문을 읊는다"는 표현은 소쇄원의 이미지와 어울려서 더욱 아름답다. 역사에 씻긴 오롯한 풍경의 모습이 서정적인 언어의 세계 속에서 손에 잡힐 듯 살아나는 좋은 작품이다.
가작으로는 이경하의 〈봄비〉를 뽑았다. 이경하가 보낸 3편의 작품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당선자의 작품에 비해 시어의 탄력성이 떨어졌다. 구어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봄비 하나 출렁"으로 행을 마무리하는 실력을 잘 살린다면 앞으로 좋은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시어의 긴장과 응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길 당부한다.
수필부문에서는 김연희의 〈설거지〉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설거지'라는 소재를 차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솜씨도 솜씨이지만 글의 구성이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언젠가는 내 인생의 설거지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하루의 설거지 뒷모습처럼 나의 삶의 뒷모습도 아름답고 싶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면서 훌륭하다. 그리고 글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설거지는 마치 작은 새가 지푸라기를 매번 한올씩 물어다가 차근차근 포근하고 안락한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행복한 가정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실가닥이라는 생각이 든다"와 같은 매력적인 문장이 지루한 일상사를 지루하지 않게 읽도록 만들고 있다.
수필분야의 가작을 뽑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는 〈이름의 추억〉과,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봄〉과, 신규간호사 시절의 실수와 좌절을 회상하는 〈위대한 일〉 세 작품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잃어버린 봄〉과 〈위대한 일〉을 두고는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건강하게 적응하도록 만들어준 훌륭한 선배들의 모습을 그린 김계하의 〈위대한 일〉 쪽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응모한 분들의 생활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아서였다. 아쉽게 떨어진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면서, 아무쪼록 떨어진 분들은 자신의 계몽을 위해 지속적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홍 정 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