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간호문학상 심사평 시·수필 부문
시 당선작 풍경화처럼 상쾌
[인하대국문과 교수] 홍정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12-31 오후 12:52:43
몇차례 `간호문학상'을 심사한 경험에 의하면, 제출된 작품들은 대개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환자에 대한 휴머니즘을 표출하는 내용, 혹은 자신이 살아온 고단한 삶의 역정을 회고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다짐한다는 점에서 고백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고백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타인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보편적 `문학작품'이 되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흥미있는 진부한 일상적 이야기가 되고 만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시부문에서는 당선작으로 천은자씨의 〈어떤 조우〉를, 가작으로는 박영순씨의 〈다기(茶器)〉를 뽑는다.
천은자씨의 〈어떤 조우〉는 마치 한 폭의 산뜻한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쾌하게 만든다. 비록 가벼운 소품에 지나지 않지만, 맑은 날 또렷하게 드러나는 수평선을 "새파란 칼날처럼 다려놓았다"고 표현한 대목과 이 수평선과 평행을 이루며 달리는 자전거의 두 대의 배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이 작품 외에 〈젖니 너머로 보이는〉, 〈숨바꼭질〉같은 작품들도 다른 사람의 작품보다 훨씬 뛰어나서 당선자로 정한다.
박영순씨의 시들은 15편이나 되는 응모작 모두가 고른 수준올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고른 수준에서는 당선자를 앞설 정도이지만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는 수준작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다기'에 얽힌 자신의 생활과 감정올 드러내 보인 작품 〈다기〉를 일단 대표작으로 내세우면서 가작으로 뽑는다.
수필부문에서는 강성희씨의 〈꽃밭에서〉를 당선작으로, 정인아씨의 〈소중한 생명의 빛을 밝히며…〉라는 작품을 가작으로 뽑는다. 응모작들의 거의 전부가 병원생활에 대한 것들이고, 수준도 고만고만한데, 그 중에서도 이 두 사람의 작품이 비교적 짜임새가 있다. 또 구사하는 언어에 자신의 눈길과 상상력이 배어 있다.
강성희씨의 당선작 〈꽃밭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하고 아름답다. 아니 아이의 탄생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따른 고단한 일을 나비처럼 경쾌하게 날아다니며 처리하는 간호사의 마음이 아름답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싱싱한 호기심과, 신생아의 작은 움직임을 "꽃잎이 바람에 의해 서로의 몸을 부비는 소리"로 듣는 아름다운 외경심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정인아씨의 당선작 〈소중한 생명의 빛올 밝히며…〉는 자신의 간호사 생활을 영화의 대본처럼 시간대별로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이야기의 짜임새가 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은 시나리오처럼 변하는 장면전환과 시작과 끝머리의 생각들이 이루는 관계가 비교적 아귀가 잘 맞는 까닭이다.
당선권에 든 네 분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 아깝게 떨어진 다른 분들과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는 분발을 촉구한다. 내년도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홍정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
시부문에서는 당선작으로 천은자씨의 〈어떤 조우〉를, 가작으로는 박영순씨의 〈다기(茶器)〉를 뽑는다.
천은자씨의 〈어떤 조우〉는 마치 한 폭의 산뜻한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우리를 상쾌하게 만든다. 비록 가벼운 소품에 지나지 않지만, 맑은 날 또렷하게 드러나는 수평선을 "새파란 칼날처럼 다려놓았다"고 표현한 대목과 이 수평선과 평행을 이루며 달리는 자전거의 두 대의 배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이 작품 외에 〈젖니 너머로 보이는〉, 〈숨바꼭질〉같은 작품들도 다른 사람의 작품보다 훨씬 뛰어나서 당선자로 정한다.
박영순씨의 시들은 15편이나 되는 응모작 모두가 고른 수준올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고른 수준에서는 당선자를 앞설 정도이지만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는 수준작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다기'에 얽힌 자신의 생활과 감정올 드러내 보인 작품 〈다기〉를 일단 대표작으로 내세우면서 가작으로 뽑는다.
수필부문에서는 강성희씨의 〈꽃밭에서〉를 당선작으로, 정인아씨의 〈소중한 생명의 빛을 밝히며…〉라는 작품을 가작으로 뽑는다. 응모작들의 거의 전부가 병원생활에 대한 것들이고, 수준도 고만고만한데, 그 중에서도 이 두 사람의 작품이 비교적 짜임새가 있다. 또 구사하는 언어에 자신의 눈길과 상상력이 배어 있다.
강성희씨의 당선작 〈꽃밭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하고 아름답다. 아니 아이의 탄생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따른 고단한 일을 나비처럼 경쾌하게 날아다니며 처리하는 간호사의 마음이 아름답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싱싱한 호기심과, 신생아의 작은 움직임을 "꽃잎이 바람에 의해 서로의 몸을 부비는 소리"로 듣는 아름다운 외경심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정인아씨의 당선작 〈소중한 생명의 빛올 밝히며…〉는 자신의 간호사 생활을 영화의 대본처럼 시간대별로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이야기의 짜임새가 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은 시나리오처럼 변하는 장면전환과 시작과 끝머리의 생각들이 이루는 관계가 비교적 아귀가 잘 맞는 까닭이다.
당선권에 든 네 분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 아깝게 떨어진 다른 분들과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는 분발을 촉구한다. 내년도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홍정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