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Home / 이슈/기획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인쇄
제22회 간호문학상 수기부문 가작
이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2-28 오후 13:16:55
시대는 고대 중국, 어진 왕께서 백성이 꼭 읽어서 삶의 지혜를 깨우치고 생활의 지침이 될만한 책을 집필하도록 학자들에게 어명을 내리셨다. 그 높으신 뜻을 받들어 상천하지, 삼라만상의 온갖 좋은 말씀을 총 12권의 책에 담아 왕께 올리니 과연! 좋은 말씀이라.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나 백성들이 이 책 중에서 한 권이나 제대로 읽을까 왕은 저으기 염려가 되었다.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왕께서 결단을 내려 단 한 권의 책 속에 모든 내용을 담아 줄여오라 명을 내리시니, 학자들은 수군수군, 혹시 왕께서 우리를 시험해 보시고 벌하려는 것인가? 아니 내가 너무 오래 자리보전을 하였나? 처음에는 만 백성에게 읽힐 훌륭한 책을 새로 만들어라 하시어, 심혈을 기우려 12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책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한 권으로 줄이라 하시니 어려운 일임은 말할 것도 없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러나 지엄하신 분부 받잡고 그 주옥같은 일점 일획도 버리기 아까운 귀한 말씀들을 팔을 떼어내는 심정으로 짤라내고 가다듬기를 수개월,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집약 축소하여 완성품을 왕께 올렸다. '이제는 합격이겠지' 하고 한숨을 돌렸는데....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신 임금은 학자의 수장을 불러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심과 아울러 조심스럽게 한가지 부탁의 말씀을 하셨다.“농사에 장사에 바쁜 백성들이 언제 이 한 권의 책인들 읽겠느냐? 이 책을 줄여서 한 줄의 문장으로 만들라. 그리하여 그 글을 한번 보기만 해도 큰 깨달음이 올 수 있도록 하라. 경들만 믿노라." 한없이 부드러웠으나 추상같은 왕의 명을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오랜 산고 끝에 한 줄의 문장이 탄생하게 되었다.

왕이 마음에 대단히 흡족히 여기며 "바로 이것이로다."하고 감탄하시고 백성에게 널리 알려 생활의 행동 지침으로 삼게 하신 단 한 줄의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이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天下沒有白吃傑的午餐). 즉 이 세상에서 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점심에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다는 극히 평범하면서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중요한 생활의 지혜를 천명하는 중용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인 교수에게 이 문장의 해석을 부탁하였더니 'There is no free lunch in the world' 라고 간단히 적어 주셨다.

왕은 백성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공짜를 바라지 말고 허황된 불로소득의 꿈을 버리며, 근면 성실하게 노력하고 그에 따르는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요즈음 테러로 엄청난 일을 벌린 빈 라덴이나 이를 응징한다는 부시 대통령은 이 말과 함께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야 할 것이다.

1994년 2월 22일 석사과정 졸업식은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도 나지 않고 뜨겁다는 별명의 지도교수님께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학생에게 공부를 쉬지 말고 박사과정을 바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재만 남은 나는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기관지 확장증, 만성 폐질환으로 숨을 헐떡이며 언제나 우리 며느리 공부 끝나느냐고 안쓰러워 하시던 어머니, 진통제를 드셔도 두 시간 마다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눕지도 못하고 거의 앉아서 날을 새시던 어머니. 그 와중에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너무 너무 지치고 힘든 날을 보냈다.

Proposal 발표하고 논문을 진행하면서 어떤 때는 마음은 급하고 진전이 없어 논문 보따리를 싸서 하루 이틀 집을 떠나기도 하였고, 병원 당직 실에서 밤을 지새기도 하였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 온다.

여섯 살 때 홍역하며 걸린 폐렴이 기관지 확장증으로 이어지고 지병이 되어버려 감기만 걸려도 각혈을 하시던 어머님. 계속 병원 약을 드시며 며느리 덕에 내가 오래 산다고 미안 반 감사 반으로 말씀하시던 어머님, 좀 더 사시기를 바라는 가족의 바람과 병구완하느라 애쓴 보람도 없이 1993년 12월 3일 72세를 일기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고통, 눈물, 질병이 없는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임종시에는 수척하셨지만 단아한 얼굴로 모처럼 반듯이 누워 편한 잠을 주무시는 것 같았다. 석사 졸업과 함께 나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었다.

여름이면 손자가 좋아한다고 수박과 참외를 싸들고 학교에 가셔서 어머니회장도 하셨던 어머니께서 체면도 불구하고 복도에 앉아 참외를 깎아 먹이곤 하셨다는 이야기를 돌아가신 몇 년 후에 담임 선생님을 통하여 들을 수 있었다.

바쁘신 선생님이 언제 시간 있어서 김치를 담겠느냐고 김치를 담아 주신 적도 여러 번 있었다며 참으로 기억에 남는 할머니라고
  • 보험심사관리사 자격과정
간호사신문
대한간호협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4 우)04615TEL : (02)2260-2571
등록번호 : 서울아00844등록일자 : 2009년 4월 22일발행일자 : 2000년 10월 4일발행·편집인 : 신경림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경림
Copyright(c) 2016 All rights reserved. contact news@koreanursing.or.k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