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간호문학상 시·수필부문 심사평
휴머니즘 호흡하는 즐거움 넘쳐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1-03 오전 10:21:01
간호문학상을 심사하는 일은 다른 문학상을 심사할 때보다 훨씬 즐겁다. 그것은 응모작들 대부분이 쌩떽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나 `야간비행'처럼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응모작품의 숫자가 줄었으며 작품의 수준도 만족할만한 정도가 아니다. 그렇지만 응모작들이 지닌 휴머니즘을 호흡한다는 즐거움이 나를 낙관주의자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즐겁게 작품을 읽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낙선작을 가려낸다.
시부문에서는 고명자씨의 `1980년에 접은 종이배'를 당선작으로, 김진이씨의 `손'을 가작으로 뽑는다. 두 작품은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고, 더구나 언어구사의 능숙함이란 측면에서는 오히려 김진이씨의 작품이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고명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김진이씨의 `손'에서 펼쳐지는 아버지의 노동, 그 노동을 형상화하는 방법이 기왕의 시 속에서 자주 마주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명자씨의 `1980년에 접은 종이배'는 권위주의 시대에 겪은 `아버지의 체포'라는 낯익은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을 표현하는 방법이 신선한 까닭이다. 언어구사의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종이배'를 `아버지의 심장'으로 연결시키는 표현의 새로움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게 만들었다.
수필부문에서는 남월선씨의 `시계소리'를 당선작으로, 고은자씨의 `여유'를 가작으로 뽑는다. 두 사람의 작품을 놓고 한참 저울질을 하다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후자가 데생과 음악에 자신의 기억을 연결시키는 훌륭한 구성력에도 불구하고 글의 후반부가 장황해져서 산만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모습에 대응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후반부를 좀 더 응축시키는 절제력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선작인 남월선씨의 `시계소리'는 잃어버린 옛날에 대한 그리움, 가난한 농촌생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이미지들을 시계소리를 빌어서 다시 불러내고 반추하는 구성력을 자랑한다. 더구나 “버섯등같은 초가가 있던 자리”나 “불빛에 놀란 건 어둠만이 아니다. 손에 잡힐듯하던 별들이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는 구절처럼 종종 아름다운 표현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한 작은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언어의 아름다움에 삶의 무게, 삶의 아픔이 좀 더 선명하게 실릴 수 있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23회 간호문학상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응모해 주기를, 그리하여 이 상이 글과 삶을 잘 이어주는 독자적인 성격의 문학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홍 정 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응모작품의 숫자가 줄었으며 작품의 수준도 만족할만한 정도가 아니다. 그렇지만 응모작들이 지닌 휴머니즘을 호흡한다는 즐거움이 나를 낙관주의자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즐겁게 작품을 읽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낙선작을 가려낸다.
시부문에서는 고명자씨의 `1980년에 접은 종이배'를 당선작으로, 김진이씨의 `손'을 가작으로 뽑는다. 두 작품은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고, 더구나 언어구사의 능숙함이란 측면에서는 오히려 김진이씨의 작품이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고명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김진이씨의 `손'에서 펼쳐지는 아버지의 노동, 그 노동을 형상화하는 방법이 기왕의 시 속에서 자주 마주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명자씨의 `1980년에 접은 종이배'는 권위주의 시대에 겪은 `아버지의 체포'라는 낯익은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을 표현하는 방법이 신선한 까닭이다. 언어구사의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종이배'를 `아버지의 심장'으로 연결시키는 표현의 새로움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게 만들었다.
수필부문에서는 남월선씨의 `시계소리'를 당선작으로, 고은자씨의 `여유'를 가작으로 뽑는다. 두 사람의 작품을 놓고 한참 저울질을 하다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후자가 데생과 음악에 자신의 기억을 연결시키는 훌륭한 구성력에도 불구하고 글의 후반부가 장황해져서 산만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모습에 대응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후반부를 좀 더 응축시키는 절제력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선작인 남월선씨의 `시계소리'는 잃어버린 옛날에 대한 그리움, 가난한 농촌생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이미지들을 시계소리를 빌어서 다시 불러내고 반추하는 구성력을 자랑한다. 더구나 “버섯등같은 초가가 있던 자리”나 “불빛에 놀란 건 어둠만이 아니다. 손에 잡힐듯하던 별들이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는 구절처럼 종종 아름다운 표현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한 작은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언어의 아름다움에 삶의 무게, 삶의 아픔이 좀 더 선명하게 실릴 수 있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23회 간호문학상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응모해 주기를, 그리하여 이 상이 글과 삶을 잘 이어주는 독자적인 성격의 문학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홍 정 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