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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본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노인을 중심으로 출발한 통합돌봄은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며, 시설 중심에서 지역·재가 중심으로의 돌봄 패러다임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했고, 이에 시군구는 통합돌봄 대상자의 접수, 판정, 계획수립 및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는 공공, 전문, 민간기관 등에서 단계별 핵심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제도의 성패는 인력, 그중에서도 간호사의 역할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읍면동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초기 상담과 욕구 발굴을 담당하는데, 특히 간호사는 건강·의료 욕구 평가, 방문을 통한 상태 확인, 서비스 제공 이후 재평가와 종결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역할을 수행한다.
한영란 동국대 간호학과 교수는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연계 사업이 아니라 대상자 건강상태의 변화와 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라며 법과 안내서에서 이미 간호사의 역할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돌봄의 실질적인 출발점은 읍면동이다. 그러나 전국 3522개 읍면동 가운데 간호사가 1명 이상 배치된 곳은 2000개도 미치지 못한다. 사회복지 인력 중심 구조 속에서 건강·의료 욕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 있는 실정이다.
한 교수는 “읍면동에 간호사가 없으면 대상자의 건강 위험을 초기에 포착하기 어렵다”며 “주민 밀착형 게이트웨이인 읍면동에 간호직 1인 이상을 필수 배치하는 것은 통합돌봄의 최소 조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의료 공백을 거치며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건소는 단순 사업수행 기관을 넘어 지역 인구집단의 건강을 총괄 관리하고 만성질환을 조기에 개입해 장기요양 진입을 예방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보건소는 통합돌봄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공 인프라”라며 “다학제 통합방문, 케어매니저 운영, 사후관리까지 연계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 지역은 통합돌봄 정책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 대도시에 편중돼 있고, 의료 접근성도 낮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건지소·보건진료소를 권역별로 묶는 ‘재택간호 통합센터’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한 교수는 “농어촌에서는 의사 중심 모델보다 간호사 중심 재택간호 체계가 현실적”이라며 “보건진료소를 기반으로 한 팀 접근과 제도적 인센티브가 결합된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광주, 부천, 진천, 의성 등 여러 지자체의 시범사업은 통합돌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함께 케어매니저로 활동하고, 퇴원환자를 지역으로 연계하며, 필요시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간호사가 단순 수행 인력이 아니라 조정자이자 책임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이라며 “통합돌봄의 성공 공식은 이미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급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다학제 동반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국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방문간호와 가정간호를 통합한 ‘재택간호센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교수는 “경증·중등도 대상자와 퇴원환자 관리에는 재택간호 통합모델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의사와의 협력 체계를 전제로 하면 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문의료·재택간호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뢰와 품질 관리가 관건이다. 방문 효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교육과 지표 기반의 성과 관리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통합돌봄은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협력기관과의 지속 관리”라며 “간호사의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평가 지표와 교육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을 통합돌봄 정책의 분기점으로 본다. 본 시행 전 협력 구조와 인력 배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2026년 제도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영란 교수는 “제도 설계는 일정수준 완성 단계에 와 있다”며 “이제는 간호사가 제도 속에서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인력, 조직, 권한을 현실에 맞게 배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