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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하위법령인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둘러싸고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마련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병원협회가 제시한 ‘행위별 단기 교육 후 정부 인증’ 방식은 환자 안전과 제도 신뢰성을 외면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진료지원 업무는 단순 보조가 아닌,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고위험 의료 행위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이유로 병원별·행위별 단기 교육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진료지원 업무의 문제점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료 공백 사태를 거치며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된 간호사들이 고위험 업무를 수행해 온 현실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간호법이 제정됐음에도, 병원협회의 주장은 다시금 ‘현장 편의’와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앞세워 제도화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에 대해 “진료지원 업무는 간호사의 공식 업무로 법에 명시된 만큼,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간호협회가 정부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400시간 표준 교육과정은 이론·실기·현장실습을 체계적으로 결합해 간호사의 기본 역량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병원협회가 제안한 단기·행위별 교육은 교육 수준과 내용이 의료기관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교육의 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도 어렵다. 특히 다수 병원급 의료기관이 이론·실기 교육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병원 자율에 맡기는 방식은 형식적인 교육과 책임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간호계에서는 병원협회의 주장이 “교육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진료지원 인력은 계속 활용하겠다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교육과 자격 관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은 개인 간호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환자와 간호사 모두 제도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입법예고 이후 남은 과제는 교육과정의 세부 기준을 정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와 교육 운영·수료증 관리를 담당할 위탁기관 지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표준성과 관리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간호법은 ‘이름만 있는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편의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공공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 관리 없이 자율성만 강조하는 병원협회의 주장은 간호법 제정의 사회적 합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