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4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하지정맥류’를 수술이나 시술 없이 먹는 약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압박스타킹 착용이나 외과적 수술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던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비침습적 치료 옵션이 될 전망이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인현·배성아, 흉부외과 박성준·김학주 교수 연구팀은 포도씨 추출물 복용이 하지정맥류 환자의 정맥 역류를 객관적으로 개선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 손상으로 혈액이 역류해 혈관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만성 정맥부전’의 대표적인 형태다.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앓을 만큼 흔하지만 수술적 제거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19~80세 하지정맥류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포도씨 추출물 150mg을 하루 2회 12주간 복용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생활습관 개선만 실시했다.
그 결과 약물 복용군의 평균 정맥 역류 시간은 약 3600ms 감소해 대조군(약 1100ms 감소)보다 약 3배 이상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레이저나 고주파 시술이 어려운 ‘심부정맥(몸속 깊은 곳 정맥)’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릎 뒤쪽 오금정맥의 역류 시간이 대폭 감소하며, 수술이 불가능해 증상을 참고 살아야 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지표도 크게 좋아졌다. 통증과 부종 등을 평가하는 임상 중증도 점수(VCSS)는 약물 복용군에서 대조군보다 2배 이상 높게 개선됐으며, 삶의 질 설문 점수 역시 약물 복용군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정인현·배성아 교수는 “포도씨 추출물이 실제 정맥 역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세계 첫 사례”라며 “수술을 원치 않거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비침습적 치료의 명확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Vascular Surgery: Venous and Lymphatic Disorders> 2026년 1월호에 게재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