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국민의 마음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0년 83만7808명에서 2024년 110만9300명으로 4년 사이 3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이른바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 ‘생각은 늘고 몸은 멈춘다’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적 특성 탓에 일조량이 줄고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량도 감소한다. 이는 곧 생체 시계의 혼란으로 이어져 수면 리듬과 생활 패턴을 무너뜨린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사진>는 “겨울철에 유독 잠이 쏟아져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이유 없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밤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감이 깊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의 전조 신호는?
우울증은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를 넘어 수면 장애, 식단 변화, 사회적 활동 감소와 같은 신체적 신호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체적 피로를 누적시키고 ‘생각은 많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을 만든다.
정 교수는 “우울 증상은 생활 리듬 전반이 무너지는 과정과 함께 온다”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일상 리듬을 회복하는 습관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학에서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우울과 불안이 겹친 상태를 마음(心)과 소화기(脾)의 기운이 모두 약해진 ‘심비양허(心脾兩虛)’로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한약 처방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업무 부담이나 학업 스트레스가 큰 직장인과 수험생의 우울, 불안, 불면, 식욕 저하를 완화하는 데는 귀비탕이 효과적이며, 반복되는 불안 증세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때는 계지가용골모려탕이나 시호가용골모려탕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일단 걷고 움직이세요” 몸의 감각 깨워야
겨울철 우울증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설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규칙적인 걷기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무기력감을 씻어낸다.
정선용 교수는 “야외 활동이 어렵다면 실내에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사소한 움직임이 몸의 감각을 깨우고 일상 리듬을 되찾아 우울증이라는 악순환을 끊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