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암 중 사망률 1위로 꼽히는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10명 중 8명이 3기 이상의 진행성 단계에서 발견된다. 특히 재발률이 높고 5년 생존율이 50% 미만인 난치성 암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하이펙·HIPEC)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선별 근거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조현웅 교수<사진>팀은 3기 이상의 난소암 환자 213명의 혈액 검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항암제에 반응이 낮은 환자군이 하이펙 치료를 받았을 때 재발 위험은 58%, 사망 위험은 71%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하이펙(HIPEC)은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한 뒤, 42도 정도로 가열된 항암제를 복강 내에 직접 투여해 남아있는 미세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열에 약한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합병증 위험도 있어 적절한 환자 선별이 과제였다.
조 교수팀은 난소암 항암치료 중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종양표지자(CA125) 수치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프랑스 리옹대에서 개발한 치료예측표지자(KELIM)를 활용해 항암치료 초기 100일간의 CA125 감소 속도를 수치화했다.
분석 결과 항암제 반응이 낮은 환자군(KELIM 지수 1.0 미만)에서 하이펙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의 ‘무진행 생존기간(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은 하이펙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중앙값 10개월에 불과했으나, 하이펙 치료를 받은 경우 20개월로 2배 늘어났다.
전체 생존기간 역시 비치료군은 약 45개월이었던 반면, 하이펙 치료군은 관찰 기간 내 환자 절반 이상이 생존해 있어 수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유지됐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 환자나 4기 환자에게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반면,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좋은 ‘고반응군’ 환자들은 하이펙 시행 여부에 따른 생존 기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는 항암제 효과가 좋은 환자는 기존 치료만으로 충분하지만, 항암 효과가 더딘 환자에게는 하이펙이 필수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현웅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항암제 저반응군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진행해도 예후가 좋지 않아 고민이 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혈액 검사만으로 하이펙 효과를 예측해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앞으로 복막 전이가 심한 난소암 환자들의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적극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부인종양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국제부인암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Gynecological Cancer)’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