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이대서울병원 제공>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늘면서 국민들의 음주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은 57.1%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고위험 음주’다.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50ml)나 맥주(200ml)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비율은 12%에 달했다.
늘어난 음주량에 피곤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황달 증세를 보인다면, 이는 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체크가 필요하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호수 교수는 “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라며 “특히 고위험 음주는 단순히 간에 무리를 주는 것을 넘어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심각한 간 질환과 기타 전신 질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음주는 간뿐만 아니라 식도암, 후두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며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또한 치매, 우울증 같은 신경 질환과 통풍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음주는 간 세포 내 지방이 5% 이상 쌓이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악화되면 피로감, 오른쪽 윗배 불편감, 식욕 저하,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에서 간수치(AST, ALT) 상승 여부를 확인하고, 초음파나 CT 검사로 간 내 지방 침착을 확인해 이뤄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에서 술을 계속 마시면 염증이 발생하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간염 단계에서는 금주할 경우 4~6주 내에 간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등 큰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간이나 간염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음주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인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전 교수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술을 끊어도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특히 복수나 황달 증상이 발생했다면 상당히 진행된 간경변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바로 금주다. 대부분의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금주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 당뇨병 등 대사 이상을 동반한 환자에서 발생하는 ‘대사 관련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단순 금주 외에도 체중 관리, 혈당 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 대사 개선 치료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 간경변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영양 관리, 합병증 예방 치료가 필요하며, 말기 환자는 간이식이 고려될 수 있다.
전호수 교수는 “안전한 음주, 괜찮은 음주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부득이하게 음주를 해야 할 경우 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두 가지 수칙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1회 주량은 남자는 4잔, 여자는 2잔을 넘기지 않도록 제한해야 하며, 음주 후에는 최소 3일 이상 금주해 간 휴식일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 교수는 이어 “새해를 맞아 금주나 절주를 계획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며 “폭음이나 만성적인 음주를 하고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간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에 이상이 느껴질 때는 빠르게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진료와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