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환기 장치나 인공 심폐기(에크모)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해 온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최근 폐이식 수술 300례를 달성하며 국내외 이식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간질성 폐질환으로 고통받던 한 모 씨(남, 64세)에게 지난달 21일 뇌사자의 폐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통산 300번째 수술 기록을 세웠다. 한 씨는 현재 전문적인 호흡재활과 집중 관리를 통해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병원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 성공(뇌사자 299건, 생체 1건) 등 현재까지 총 300건의 폐이식을 시행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연평균 30건 이상의 수술을 수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이식 후 생존율이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 환자 중 약 66%가 호흡기나 에크모를 장기간 유지해야 했던 초고난도 중증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식 후 생존율이 △1년 76.5% △3년 67.9% △5년 64.2% △7년 60.5%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의 성적을 집계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생존율(1년 85%, 3년 67%, 5년 61%)과 비교했을 때 환자의 중증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에서 앞선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이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의 5년 생존율(49.6%, KONOS 2024년 집계)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결과다.
최세훈 폐이식팀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는 “과거에 폐이식 생존율이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지만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식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수술 성적이 크게 향상돼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생존율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폐는 뇌사자 기증이 적고 외부 공기 노출로 감염과 거부반응 위험이 높아 이식 후 생존율을 높이기 어려운 장기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이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성적을 낼 수 있던 배경에는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집도의의 숙련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등 모든 의료진이 하나의 팀을 이뤄 이식 전후 환자에게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제공한다.
또한 면역억제제 복용 조절과 올바른 호흡재활을 통해 환자들의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
폐이식 수술을 받은 300명의 환자 통계를 보면 남성(192명, 64%)이 여성(108명, 36%)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79명)가 뒤를 이었다. 원인 질환으로는 폐가 딱딱해져 기능을 상실하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환자 13명도 포함됐다.
병원 관계자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생체 폐이식 사례가 성공하면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의 계기가 돼 폐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폐이식 300례 달성은 폐이식팀 의료진의 하나 된 팀워크가 자리해있다”며 “앞으로도 숙련된 수술 경험과 다학제 기반의 중환자 집중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