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들의 아픔을 묵묵히 보듬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간호사의 헌신이 살아 숨 쉬는 이 땅에서, 또 다른 간호인의 숭고한 삶이 조명됐다.
지난 11월 28일 열린 ‘제5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 시상식에서 고(故) 조윤미 간호사(향년 59세)가 간호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며, ‘제도 밖에서 국민의 아픔을 살핀’ 한 간호사의 25년 헌신이 비로소 빛을 봤다.
고 조윤미 간호사의 업적은 의료정책 전반에 걸쳐 국민 건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는 1999년 사회적 갈등이 극심했던 의약분업 실현을 위한 시민대책위 사무국을 맡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초기(2012년)부터 참여해 제도를 ‘환자 중심’으로 설계하는 데 공헌했으며, 의료사고 피해자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받는 틀을 마련했다.
최근까지도 그는 간호법 제정 과정을 이끌며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고흥군과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상은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무보수로 헌신한 두 간호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1년 제정됐다. 봉사부문 대통령 표창은 40여 년간 한센인 자녀 약 3천 명에게 4억여 원을 지원한 김태규 신부에게 돌아갔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수상자들의 삶이야말로 마리안느·마가렛의 헌신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며 나눔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 이날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치료 및 간병 도구가 최초의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커팅식이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에서 열려 행사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이 뜻깊은 행사를 맞아 간호협회는 임원 직무수련회를 1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소록도 일대에서 진행했다.
협회 임원 및 17개 지부 대표 등 38명이 한센병박물관 방문, 김연준 신부 특강 등을 통해 마리안느·마가렛의 돌봄 정신을 현장에서 체감했다.
신경림 회장은 “소록도는 간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 장소”라며 “고 조윤미 간호사의 헌신을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간호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행사의 의미를 단순한 시상을 넘어선 ‘직무와 사명의 재확인’으로 승화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