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시력 저하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지만, 눈 속 ‘카메라 필름’이라 불리는 망막(網膜)에 심각한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망막은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조직으로 이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이나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박리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질환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경각심이 필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김유진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주요 망막질환의 증상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주요 망막질환, 놓치기 쉬운 위험 신호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심각한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초래한다. 초기에는 번쩍이는 빛(광시증)이나 눈앞에 검은 점이 떠다니는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진행되면 시야가 물결치듯 왜곡되거나 커튼처럼 가려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시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환이 진행되면서 시야가 흐려지거나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산소 부족으로 망막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 출혈과 부종을 유발하며, 이는 심각한 시력 저하와 실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김유진 교수는 “‘침묵의 실명 원인’으로 불릴 만큼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뇨 환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 내 정맥 또는 동맥이 막혀 혈류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부종, 출혈, 허혈이 나타나며 갑작스러운 시야 흐림, 암점(시야결손), 중심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통증이 없어 쉽게 지나치기 쉬우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전신 혈관질환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고령층에서 발생 위험이 특히 높으므로 평소 전신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AI 기반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 확대
망막 질환의 진단은 세극등 안저 검사, 망막안저촬영, 빛간섭단층촬영(OCT)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비침습적 영상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분석 시스템이 도입되어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진행 예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안과 질환의 치료는 질환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맞춰 맞춤형으로 적용되며, 특히 습성 황반변성이나 당뇨황반부종 같은 혈관 누출성 질환에는 혈관 성장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주사가 표준적인 약물 치료로 사용되고, 만약 심각한 출혈이나 망막박리가 동반되었다면 레이저 광응고술이나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 정량 분석을 통한 치료 반응 예측 등 정밀 맞춤 치료가 확대되며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40세 이후, 증상 없어도 안과 검진 필수
김유진 교수는 망막 질환 예방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망막 질환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전신 질환의 꾸준한 관리”라며 “금연 및 금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자외선 차단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김 교수는 “40세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망막 질환으로 인한 시력 손실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