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방문간호기관을 직접 견학하면서 우리나라 방문간호 서비스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일본은 방문간호를 장기요양체계의 중심 축으로 두고 교육·운영·정책을 긴밀하게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문간호의 필요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번 견학은 “방문간호 체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장기요양 이용계획서에는 요양·목욕·간호가 모두 포함되어야 하지만 실제 방문간호 반영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흔히 저비용 서비스 선호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문간호의 가치와 기능이 케어매니저와 이용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상 예방, 만성질환 관리, 약물관리 등 방문간호가 수행할 수 있는 예방 중심 건강관리 기능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의 구조는 다르다. 실무경력 5년 이상의 케어매니저가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의료적 개입을 전문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방문간호가 단순 돌봄이 아니라 의료·복지 연계의 핵심 기능임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방문간호재단과 같은 공익적 컨트롤 타워의 존재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재단은 방문간호센터 교육, 운영 지원, 정책 개발, 조사·연구, 공익 활동 등 다양한 기능을 총괄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경상자 관리 역할까지 수행한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한 이러한 구조가 일본 방문간호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떠받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간호협회 차원의 체계적 방문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방문간호는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인 만큼 지속 가능한 교육체계가 필수다. 둘째, 이용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방문간호가 누락되지 않도록 기준과 평가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방문간호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저비용 서비스 중심의 선택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방 중심 방문간호는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방문간호 컨트롤 타워’의 설립이다. 일본처럼 교육·정책·연구·운영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중앙 조직 없이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문간호의 핵심 기능을 국가적 수준에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
이번 일본 견학은 우리 방문간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방문간호를 보조적 서비스가 아닌 국민건강을 지키는 핵심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 체계적 방문간호 발전은 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투자이며,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소선녀(전북특별자치도간호사회 김제시간호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