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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이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인수인계 누락, 환자 상태 변화 확인, 병동 공지 전달 등을 이유로 SNS를 통한 업무연락이 빈번해지면서 일·생활 균형(WLB)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대학교 간호학과 연구팀(홍은영 대학원생, 김은영 교수)이 최근 발표한 ‘교대근무 간호사의 근무시간 외 업무연락이 일·생활 균형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165명은 퇴근 후 주 평균 8.31회의 업무연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B광역시 내 상급종합병원 두 곳에서 3교대 근무 중인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사소통이 확산되면서 카카오톡, 밴드 등 SNS 기반의 비공식 업무전달이 더욱 보편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은 환자 상태 문의, 인수인계 보완 요청, 병동 공지 전달 등으로 인해 퇴근 후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연락이 일상화됐다고 호소했다.
연구에서 특히 주목한 점은 연락의 객관적 횟수 자체보다 ‘퇴근 후 업무연락’이라고 인식하는 정도가 WLB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근무시간 외 업무연락에 노출된 정도가 높을수록 WLB 점수는 유의하게 낮아졌으며(β = -0.19, p=.016), 특히 30세 이상 간호사에게서 WLB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β = -0.42, p<.001).
연구팀은 30세 이상 경력 간호사의 경우 후배 교육과 지도, 중간관리 역할 증가로 업무 부담은 커지는 반면, 개인 시간은 줄어드는 구조적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퇴근 후 업무연락은 개인 시간 침해로 이어져 삶의 질은 물론 직무 만족도 역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이탈리아·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법제화해 퇴근 후 업무연락 강제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카카오톡 업무연락 금지 지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연구는 병원 차원에서 △긴급 상황 외 퇴근 후 업무연락 제한 △표준화된 인수인계 절차 마련 및 누락 방지 체계 구축 △SNS 대신 공식 업무전달 시스템 도입 △교대근무 특성을 고려한 WLB 개선 정책 마련 등의 조치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간호사의 일·생활 균형은 단순한 개인 복지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간호 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며 “병원 조직이 퇴근 후 업무연락에 대한 명확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