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공백과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지방소멸의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는 악순환 속에서, 지역보건의료기관들이 취약지역 주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법·제도의 공백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보건의료기관)’ 보고서에서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일선 지역보건기관을 아우르는 일관된 전달체계 구축과 효율적 운영 방안 마련, 보건의료원의 역할 강화,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소멸위험지역은 2002년 4곳에서 2024년 130곳(57.0%)으로 급증했다. 특히 부산이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서는 등 지방소멸 위기가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의료 수요가 적은 농촌 지역은 인구가 3000명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병원과 약국 등 필수 보건의료시설이 문을 닫으며 지역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공급 구조가 민간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의료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의료자원을 확충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보건소·공공의료·지역의료 담당 부서가 분리돼 있어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의 운영 지침 마련이나 기능 개편 논의를 총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보건진료소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농어촌의료법)’에 근거하고 있어 ‘지역보건법’상 지역보건의료기관으로 인정되지 않는 제도적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영 지침이나 평가체계가 사실상 부재하며, 기능 개편 논의도 답보 상태다.
병원 요건을 갖춘 전국 16개 보건의료원 역시 의료취약지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병원 기능과 관련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고 중앙정부 및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평가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보건의료기관은 공중보건의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처우 개선 부재 등으로 공중보건의사(의과)는 2021년 1862명에서 2025년 945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할 전망이다. 보건진료소 역시 간호사 1인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구조로 인력난과 통·폐합 위기에 놓여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 ‘공공 일차의료’ 전담부서 신설 △보건진료소의 지역보건법 편입 △보건의료원의 위상 재정립 및 의원급 ‘지방의료원’ 지정 검토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지역의사제 신설·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 등 인력 양성 과제의 구체화 등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인구 구조의 취약성으로 필수 의료 서비스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역·공공의료의 최전선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