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안면신경마비 치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임상 현장 적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상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영미 박사 공동 연구팀은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생분해성 신경 유도관 및 전기 자극 병행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동물 모델을 통해 자가 신경 이식과 유사한 수준의 활발한 신경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손상돼 얼굴이 처지거나 움직이지 않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심할 경우 우울증 등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기존 치료법은 신체의 건강한 부위에서 신경을 떼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 신경 이식술이 주로 쓰였으나, 신경을 떼어낸 부위(공여부)에 흉터나 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의 핵심은 신경 유도관이다. 이 유도관은 손상된 신경의 양 끝을 연결하여 신경이 스스로 재생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관 형태의 기구다.
연구팀은 이 유도관을 체내에서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하여, 신경 재생 후 유도관을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술의 가능성을 없앴다. 이를 통해 자가 신경 이식 시 발생했던 공여부 합병증 부담까지 덜었다.
여기에 전기 자극을 함께 적용하여 신경 세포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하는 전략을 더했다. 그 결과, 자가 신경 이식 없이도 기존 수술과 대등한 수준의 신경 재생 효과가 확인됐다.
조영상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지난 9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안면신경학회에서 발표해 권위 있는 최우수 연제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안면신경뿐만 아니라 팔, 다리 등 말초신경 손상 치료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차세대 신경 재생 치료 플랫폼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신속한 임상 연구를 거쳐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