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부터 김지윤 교수, 김진영 교수, Chandani Shrestha 박사과정생>
세포 속에서 단백질을 분류·포장하는 ‘세포의 우체국’으로 알려진 골지체(Golgi apparatus)의 구조적 변화가 위암 악성화의 결정적 요인임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이는 기존 항암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위암 세포 내에서 골지체가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응축(condensed)’된 형태로 뭉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응축된 골지체가 암의 성장과 전이를 강력하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의 대표 학술지인 (IF 16.6) 2025년판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골지체의 응축이 단순한 구조 변화가 아닌 암세포의 활동성을 높이는 핵심 기전임을 확인했다. 골지체가 응축되면 세포 내의 ‘도로망’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 더욱 활발하게 형성된다.
이 활성화된 도로를 통해 암을 촉진하는 핵심 단백질인 YAP1이 세포핵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되며, 이는 암세포의 분열과 이동 능력을 폭발적으로 높여 위암의 악성화를 촉진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골지체 응축 → 미세소관 형성 촉진 → YAP1 핵 이동 증가 → 위암 악성화’라는 새로운 신호 전달 경로로 정리하며, 세포소기관의 물리적 형태가 암의 생물학적 성질을 바꾼다는 독창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진단 및 치료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실제 위암 환자의 조직 분석 결과, 골지체가 응축된 형태일수록 YAP1 단백질의 활성도가 높고 암의 공격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반지세포암(SRCC)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골지체의 형태를 분석하는 것이 위암의 악성도를 예측하고 치료 반응을 가늠하는 새로운 진단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김지윤 교수는 “그동안 간과되었던 골지체의 새로운 기능을 최초로 규명했다”며 “골지체 응축 아형이라는 새로운 종양 분류 기준을 제안함으로써, 향후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 예측의 중요한 근거를 마련한 선도적인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골지체의 구조를 안전하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으며, 위암 외 다양한 암종으로 이 치료 전략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림 설명 : 위암 세포 내 골지체의 응축된 구조 변형이 암 촉진 인자인 YAP1을 활성화시켜 암의 악성화를 유도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