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NIH)이 한국인 치매 환자 코호트(BRIDGE-LLOD)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 요인들을 대거 규명하며,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유럽인 중심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인의 유전적 특이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연속으로 두 편 게재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한국인 치매 환자의 전장 유전체(WGS) 정보와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PET 영상 자료를 통합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인 아밀로이드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연관 짓는 유전 인자를 규명하며, 질병의 조기 예측 및 치료 표적 발굴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SORL1, APCDD1, DRC7 등의 유전적 요인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함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SORL1 유전자 변이(rs76490923)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핵심 인자임을 입증했다. 이 변이는 알츠하이머병 최대 위험 인자로 알려진 APOE 유전자 보유자에게서도 아밀로이드 침착 위험을 최대 55.6% 감소시키는 강력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더 나아가 SORL1이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서 병리적 발현 조절을 통해 병인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하며, 향후 SORL1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의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여러 유전 변이가 함께 작용하여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설명하는 ‘누적 효과(cumulative effects)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APOE 유전자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유전적 요인(희귀 변이, 구조 변이 등)의 조합수가 많을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도가 상승하고 임상 증상 악화가 가속화됨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 ‘누적 효과 모델’은 개인의 유전적 조합에 따른 발병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환자별 유전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