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조혜연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정수영 교수>
전 세계 여성 암 발병률 4위인 자궁경부암은 조기 진단 시 5년 생존율이 90%를 상회하지만, 재발하거나 전이된 단계에서는 20% 미만으로 급락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특히, 재발성 및 전이성 환자는 치료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적이어서 새로운 항암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 해결을 위해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 연구팀이(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조혜연 교수·강남성심병원 정수영 교수 공동연구) 자궁경부암을 표적하는 새로운 형태의 면역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이중특이성 항체 플랫폼(BiTE: bispecific T-cell engager)’을 활용했다. 이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연구팀은 최근 승인된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동일한 표적인 ‘조직인자(Tissue Factor, TF)’를 BiTE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표적화한 ‘TF-BiTE(조직인자 표적 이중특이성 T세포 결합체)’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 TF-BiTE는 T세포를 자궁경부암 세포에 직접 연결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이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다. 조직인자(TF)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편평세포암에서 86.3%, 선암에서 85.2%라는 매우 높은 비율로 발현되는 것이 확인됐으나 정상 자궁경부 조직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TF가 자궁경부암 치료의 매우 효과적인 표적임을 보여준다.
TF-BiTE를 자궁경부암 세포주에 처리한 결과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강력한 면역세포 반응(항원 특이적 세포독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기존 치료에 제한적이었던 TF 고발현 자궁경부 선암 아형에서도 뚜렷한 세포 사멸 효과가 확인돼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팀이 주도하여 면역세포 자체를 활성화해 항암 효과를 유도함으로써 자궁경부암 치료 전략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향후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가능성 등 임상 적용을 위한 기반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박성택 교수는 "재발성·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벤처기업 이온셀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이온셀은 TF-BiTE 플랫폼을 난소암, 폐암 등 다른 고형암으로도 확대 적용하여 정밀 면역치료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