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한기훈 교수와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박사,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단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김진영·정영애 박사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희귀 뇌발달질환인 웨스트 증후군(West syndrome)의 발작 양상 변화 과정을 동물 모델에서 분자 및 세포 수준으로 정밀하게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웨스트 증후군은 신생아 1만 명당 6명 미만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뇌질환이다. 생후 1세 이전에 시작되는 영아연축(Infantile spasm) 발작이 특징이며, 발달 지연과 지적 장애를 동반한다. 영아연축이 사라진 무증상기 이후에도 다른 유형의 발작이 평생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발작 양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신경생물학적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웨스트 증후군 환자에게서 반복 보고된 CYFIP2 유전자 점변이(p.Arg87Cys)를 갖는 생쥐 모델을 사용해 생애 초기부터 성인기(생후 7개월령)까지의 전 과정을 장기 추적 분석했다.
생쥐 모델은 생후 1주일경 영아연축이 나타난 후 증상이 사라졌고, 약 3개월간의 무증상기를 거쳤다. 이후 사람의 성인기에 해당하는 생후 14주 무렵부터 새로운 형태의 자발적 발작이 다시 발생했으며, 생후 7개월까지 발작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발작 변화 전 과정을 전사체, 단백체, 지질체 등의 다중오믹스(Multi-omics) 기법과 전자현미경 관찰을 통해 분석해 흥분성 시냅스 수와 구조가 변화하며, 수상돌기에 신호를 전달하는 전시냅스(presynapse)가 밀집되는 현상이 관찰되는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확인했다. 또 뇌를 지탱하고 보호하는 아교세포가 희소돌기아교세포 → 미세아교세포 → 별아교세포 순서로 단계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별아교세포에서 지질이 과도하게 축적되고 미토콘드리아 형태가 변형되는 등 지질대사 이상이 관찰됐다. 이는 뇌세포 내 에너지 균형이 무너짐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다.
고려대 한기훈 교수는 “국내 최고 연구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웨스트 증후군의 발작 양상 변화 과정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정밀히 규명했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질환 초기 또는 무증상기에 나타나는 특성을 조절해 발작 양상의 변화를 억제하거나 새로운 발작이 나타난 이후에 별아교세포의 지질대사 이상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타겟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상위 10% 이내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PLOS Biolog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