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이지만 대한민족인 것은 일반이고, 남자와 동등의 권리가 있는 것은 이상이다. 어찌 안연하게 좌시할 것인가.”
“나는 국가를 위하여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나의 행복이라 믿는다.”
이 구절은 간도 지역에서 조국 독립과 민족교육에 헌신했던 이의순(李義順, 1890~1945) 선생의 신념을 보여주는 말이다. 선생은 대한적십자회 간호 교육을 통해 독립운동에 대비한 간호사 양성과 구호 활동, 가족 돌봄 등 다방면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한 여성 독립운동가다.
이의순 선생은 3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한 명문 집안의 일원이다. 조부와 부친 이동희, 언니 이인순과 형부 정창빈, 남편 오영선에 이르기까지, 가족 모두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대구한의대학교 김성은 교수(기초교양대학)는 “이의순 선생은 단순히 독립운동가의 아내나 조력자로 머문 분이 아니다. 1913년 국내에서의 운동이 한계에 부딪히자 스스로 간도로 망명해 교육과 구호 활동을 전개했다”고 평가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근대 지식을 가르치는 한편,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그는 상하이에서 창립된 대한애국부인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여성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후 연해주 대한적십자사 산하 간호부 양성소에서 간호 연수를 받으며, 독립전쟁에 대비해 구급 간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의순 선생의 외손자 호패중 씨는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 오영선과 할머니 이의순 선생 같은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조국이 우리를 부르는 날이 온다면, 주저함 없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순 선생은 상하이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교육, 구호, 간호, 조직 활동 등으로 헌신했으며, 광복을 불과 석 달 앞둔 1945년, 끝내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한편, 간호협회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간호로 지킨 나라, 우리가 지킬 이름’을 슬로건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간호사 74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국가보훈부와 YTN 라디오가 함께 추진하며, 라디오 프로그램 ‘대한민국을 간호하다’를 통해 내년 8월까지 매일 세 차례(아침 6시35분, 낮 12시55분, 저녁 6시55분) 방송된다.
캠페인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QR코드를 통해 캠페인 자료를 내려받고, ‘#간호의_이름으로’ ‘#독립운동가74인’ ‘#서훈은_약속입니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추모 메시지나 서훈 촉구 글을 SNS에 올리면 된다. 지인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참여를 확산할 수도 있다.
간호협회는 “간호를 통해 나라를 지킨 선열들의 이름이 역사 속에 잊히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