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명 신호인 맥박은 분당 60~100회 범위에서 일정하게 뛸 때 가장 건강하다. 하지만 맥박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혹은 불규칙하게 뛴다면 이는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심장이 긴장하며 부정맥 위험이 더욱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 추위, 심장을 긴장시키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부정맥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50만1493명으로 2020년 대비 5년 새 약 25% 증가하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이영신 교수<사진>는 “겨울은 심장을 긴장시키는 계절”이라며 “몸이 추위로부터 열을 지키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면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더 세게 뛰게 되면서 맥박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유전, 노화, 스트레스, 과음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심방세동이나 급사를 유발하는 심실빈맥과 같은 위험한 유형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평소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부정맥이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진다면 단순 피로로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뇌졸중 위험 5배 높이는 ‘심방세동’
부정맥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며 치료가 필요한 것은 ‘심방세동’이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이 대부분이지만, 환자의 약 30%는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해 진단이 어렵다.
이영신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나 높다”며 “주로 술을 마신 저녁이나 다음날에 발생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려도 숙취로 오인해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 진단을 위해서는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홀터검사) 등이 활용되며, 이후 위험도를 평가해 항응고제 등을 통해 뇌졸중 발병 위험을 낮추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65세 이상, 주기적인 ‘자가 맥박 측정’ 필수
이 교수는 부정맥의 조기 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자가 맥박 측정을 권장했다. “최근에는 혈압계, 스마트시계 등 다양한 장치로도 손쉽게 측정이 가능하다”며 “65세 이상이라면 주기적인 측정을, 75세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1회 이상은 심전도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증상이 짧게 지속되거나 자주 나타나지 않는 경우 가슴에 전극 패치를 부착해 일상생활 중 데이터를 연속 기록하는 패치형 심전도 검사가 진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로, 과음, 흡연, 카페인 과다 섭취 등을 삼가야 한다. 특히 술은 한 잔만 마셔도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음주를 최소화하고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심장 박동을 급격히 높이는 과도한 신체 활동이나 흥분 상태는 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