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전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국내 의료 이용 행태의 핵심적인 문제점과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과학적으로 조명했다.
지난달 31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ADHD 치료제 사용의 급격한 증가와 접근성 불균형 △소화기관용 의약품의 만연한 관행적 처방 △미용 성형과 연계된 건강보험 재정 누수 가능성이다.
노연숙 건보공단 빅데이터융합연구부장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사용량 증가를 분석했다. 특히 최근 그 사용이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서도 크게 늘고 있음을 확인했다.
더 이상 소아청소년에 국한되지 않는 사용 증가는 학업 및 업무 집중력 강화 목적의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노 부장은 특히 성인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과 공존질환 여부를 고려한 약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적정 진료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격차가 크게 나타나, 의료 접근성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고태화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소화기관용 의약품(위장약)을 처방받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국민의 84%가 위장약 처방 경험이 있으며, 이로 인한 과다 복용 및 재정 부담 문제가 심각하다.
1인당 연평균 165정을 처방받고 있어 의약품 과다 사용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소화기계 질환이 아닌 환자에게도 위장약이 관행적으로 처방되는 행태다. 단순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75.7%에서 소화기관용 의약품이 동반 처방되는 것으로 나타나 불필요한 약품비 지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성준 부연구위원은 미용 성형과 연계된 수술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비중격 만곡증 수술이 2015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20대 여성과 성형외과에서의 수술 증가세가 현저하게 관찰됐다. 이는 실손보험의 악용 가능성과 연결된다.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구조를 악용해 환자가 보험 적용이 가능한 급여 수술을 받는 동시에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을 함께 시행하도록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추가 지출로 이어지는 누수 문제로 지적된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임상현장에서 짐작만 하던 문제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객관적인 근거로 확인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데이터 기반의 근거가 실제 임상 현장의 ‘적정 급여 유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보공단 김재용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공단은 보험자로서 빅데이터 기반 근거 생산을 통해 의료기관의 적정 진료를 유도하고 국민이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