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경미·박진영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조희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챗봇 기반 산전 교육 프로그램이 남편의 정서적 지지 수준과 관계없이 산모와 태아 사이의 애착(모아 애착)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부부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함께 태교에 참여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기존의 대면 태교 프로그램은 임신 기간 중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데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및 장소의 제약으로 인해 부부가 함께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시공간의 제약 없이 남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난 2021년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기반 챗봇 ‘닥터 조이(Dr. Joy)’를 활용한 비대면 산전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닥터 조이는 주산기 여성에게 임신·분만 정보 및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임신 21주에서 32주 사이의 초산부 6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에 앞서 산모가 남편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지 만족도에 따라 ‘낮은 지지 그룹’(29명)과 ‘높은 지지 그룹’(31명)으로 분류했다.
모든 참가자는 닥터 조이를 통해 남편의 참여를 유도하는 △태명 정하기 △동화 읽어주기 △태담 등 6가지 산전 교육 과제를 2주간 수행했다. 프로그램 참여 전후로 산모의 모아 애착(정서적/인지-행동적) 변화를 측정하고, 교육 참여 소감에 대한 질적 분석을 병행했다.
연구 결과 챗봇 기반 산전 교육은 남편의 지지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산모에게서 정서적 모아 애착 (아기를 생각하는 빈도나 감정의 강도)을 유의미하게 높였다.
특히 낮은 지지 그룹에서는 태아를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는 인지-행동적 모아 애착 수준이 높은 지지 그룹과 비교해 뚜렷하게 높아졌다.
산모들은 챗봇 교육을 통해 태아뿐 아니라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관계 전반에서 행복감이 확장되었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산모 중심 교육에서 한 단계 나아가, 부부가 함께 건강한 태교를 지속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한 “챗봇 중재 기반 태교가 남편의 아기를 향한 정서적 유대감 형성뿐 아니라 임신 중 불안 및 우울증 예방, 산후 우울증 위험 감소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